서울 코엑스에서 난데없는 목탁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부처의 가르침이 담긴 티셔츠와 스티커, 열쇠고리 등을 사려고 몰려든 인파가 봉은사역까지 줄을 섰습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벌어진 풍경입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역대 가장 많은 25만 명의 방문객이 박람회를 다녀갔습니다. 방문객의 73%가 2030세대였고, 무종교 관람객 비중도 48%에 달했죠.
지난달 2일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다양한 불교 상품들이 전시돼 있다. 뉴스1
‘힙불교 신드롬’의 진짜 비밀
Q :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가 불교라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2025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불교의 호감도 점수는 54.4점으로 천주교(52.7점), 개신교(34.7점), 원불교(30.3점), 이슬람교(16.3점)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일단 최근 2~3년간 ‘힙불교’라는 문화 현상이 있었는데요. 이전까진 절에 가서 기도하거나 수행에 참여하는 등의 종교적 의례로만 불교를 접할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불교의 가르침을 주제로 하는 굿즈를 만들어서 사고팔거나 음악을 만들어 즐기는 등의 활동으로 영역이 넓어졌어요. 그런 것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행하면서 불교에 대한 젊은 세대의 호감도가 커졌다는 생각이 들고요.
본질적인 이유는 불교의 ‘이 특성’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불교는 전통적으로 탈권위적이고, 개방적인 종교예요. 부처의 가르침을 불법(佛法)이라고 하는데요. 그 가르침을 인도 팔리어로는 에히 파시코(Ehi-Passiko), 한자어로 내상(來嘗)이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면
‘와서 맛 보라’는 뜻이에요. 절대자의 가르침을 무조건 믿고 따르라는 종교가 있는 한편, 부처는 중생들이 가르침을 받아보고 그걸 따를지 말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 거죠. 그렇게 권위를 앞세워 가르침을 강요하지 않는 불교의 정신이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엽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불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불교에 대한 오해도 많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불교 사상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성룡 기자
Q : 그럼 불교는 종교인가요? 철학인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종교입니다. 제가 지금 맡은 수업이 ‘인도불교 철학’인데요. 제가 그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늘 보여주는 사진이 있어요. 미국에 있는 소품 가게에서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인데요. 불상의 머리를 본 따서 만든 전등이에요. 그렇게 불상의 머리만 갖고 만든 소품이 서양에서 아주 흔하고,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전통적인 불교 문화권에선 불상 전체를 활용하지, 머리만 떼서 전시하진 않아요. 그럼 왜 그런 이미지가 퍼졌는지 생각해보니 근대 서양인들이 아시아에서 문화재 도굴을 많이 해갔잖아요. 불상 전체를 가져가자니 운반이 어려우니까 머리만 잘라서 가져간 경우가 많았던 거죠. 그래서 서양인들은 부처의 머리만 전시하는 것도 불상의 한 형태라고 인식하게 된 거예요.
제가 학생들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는 이유는, 우리가 불교라는 종교의 철학적인 요소만 취사선택해서 학습하는 게 위험성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예요. 불상의 전체를 보지 않고 머리만 잘라서 들여다보는 일이랑 비슷한 거죠. 제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 중에서도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비록 우리가 한 학기 동안 불교의 철학적 요소만 골라서 배우지만, 불교는 철학적 요소 외에도 다양한 측면을 가진 종교라는 걸 꼭 짚어 줍니다.
Q :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다양한 불교 굿즈가 화제였습니다. 그런데 불교가 상업적으로 소비되는 게 무소유라는 가치에 반하는 건 아닌가요?
불교에서 무소유가 이상적인 가치로 여겨지는 건 맞아요. 가장 유명한 말이 불교 경전에 나오는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이죠. 재산이나 가족 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혼자서 진리의 길을 가라는 뜻인데요. 그렇다고 불교가 무소유라는 이상을 맹목적으로 좇으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지난 2500년 동안 물질적인 번영이나 소유를 부정하지 않고 함께 발전해 온 양상이 있거든요.
불교에는 보시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중생이 승려 혹은 승가에 약이나 음식 등을 기부하면서 공덕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게 쌓은 공덕으로 나중에 더 좋은 환경의 인간으로 태어날 수도 있고, 윤회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불교도들은 보시를 통해 공덕을 쌓는 걸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승려들도 보시를 통해 물건을 받는 걸 죄악시하지 않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