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치매 정복 가능해지나…‘뇌 곰팡이’ 씻는 청소부 찾아냈다

중앙일보

2026.05.24 13:00 2026.05.24 14:3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100년 넘도록 치매 연구의 주인공은 뇌세포 사이에 쌓이는 단백질 찌꺼기인 ‘아밀로이드 베타’였다. 하지만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수많은 치료제가 실제 인지 기능 개선에서 한계를 보이자, 전 세계 과학계는 이제 치매의 진짜 주범으로 타우 단백질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의 뇌를 집이라고 생각해 보자. 아밀로이드 베타가 집 안에 방치된 쓰레기 더미라면, 타우는 집 안에서 조용히 번져나가는 곰팡이와 같다. 쓰레기가 많다고 집이 무너지진 않지만, 내부에 곰팡이가 번져나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뇌의 노폐물은 뇌척수액을 통해 배출된다. 림프관으로 배출된 노폐물은 심장 부근 림프절에서 분해되거나 신장으로 가 소변으로 배출된다. 치매는 나쁜 단백질이 단순히 많아져서가 아니라 이를 제때 못 치워서 생기는 병일 수 있다. 뇌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래픽 이민서.

뇌의 노폐물은 뇌척수액을 통해 배출된다. 림프관으로 배출된 노폐물은 심장 부근 림프절에서 분해되거나 신장으로 가 소변으로 배출된다. 치매는 나쁜 단백질이 단순히 많아져서가 아니라 이를 제때 못 치워서 생기는 병일 수 있다. 뇌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래픽 이민서.


타우는 신경세포 안쪽에 엉겨 붙어 세포를 직접 파괴한다. 더 무서운 건 독성 단백질의 ‘전염’ 현상이다. 오염된 타우는 마치 전염병처럼 주변의 정상 단백질을 변성시키며 뇌 전체로 퍼져 나간다. 그래서 뇌 안에 생겨난 타우를 제때 빼내지 못하면 이른 시기부터 치매가 조용히 시작될 수 있다.

그동안 학계가 치매 정복에 실패했던 이유는 이 곰팡이, 즉 타우를 막을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특히 곰팡이가 번져나가기 전에 이들을 씻어낼 ‘청소 시스템’의 존재를 간과했다. 타우를 청소하는 시스템의 핵심이 바로 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작은 세포들, ‘타니사이트(Tanycyte)’다.

최근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 연구팀은 수송 세포인 타니사이트가 뇌 속 독성 단백질 타우를 뇌척수액에서 혈액으로 실어 나르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치매 발생 기전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타니사이트, 이들은 어떤 역할을 하며 이들의 청소를 강화하는 생활 습관은 무엇일까.

🪏치매 단백질 퍼내는 뇌세포

우리 뇌엔 네 개의 빈방이 있다. 이를 뇌실(腦室)이라고 하는데 뻥 뚫린 공간에 뇌척수액만 가득 채워져 있다. 이 방에서 우리 뇌를 보호하고 노폐물을 씻어내는 뇌척수액이 만들어진다.

뇌척수액은 뇌 속 하수관을 타고 흐르는 물과 같다. 뇌 속에 있던 노폐물들은 뇌척수액으로 녹아나온다. 치매를 일으키는 타우 단백질 같은 노폐물도 뇌척수액 속에 떠다니고 있다.

뇌 속에 수천억 개의 세포가 있지만, 고작 1만~2만 개 정도만 존재하는 극소수의 희귀 세포가 있다. 바로 시상하부 인근 제3뇌실 바닥에 길게 늘어선 세포인 타니사이트다.
타니사이트는 제3뇌실 바닥에 붙어 뇌척수액 속 타우 단백질을 붙잡아 혈액으로 던져넣는다. 그래픽 이민서.

타니사이트는 제3뇌실 바닥에 붙어 뇌척수액 속 타우 단백질을 붙잡아 혈액으로 던져넣는다. 그래픽 이민서.


수는 적지만 위치가 절묘하다. 뇌척수액과 혈액 사이를 이어주는 전략적 요충지에 있다. 타니사이트는 그곳을 지키는 특수한 문지기처럼 행동한다. 그동안은 혈액에서 뇌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통로로만 알려져 왔다.

하지만 국립보건의학연구원 신경내분비 두뇌 발달·가소성 연구팀은 이 세포가 뇌 안의 독성 타우를 붙잡아 혈액으로 실어 보내는 배수구의 최종 단계를 책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로 생쥐 실험에서 타니사이트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차단하자, 뇌에서 혈액으로 빠져나가는 타우의 양이 75%나 급감했다.

연구를 이끈 뱅상 프레보 연구팀장은 “뇌실 바닥과 연결된 혈관을 통해 뇌 조직과 혈액 사이에 여러 분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든다”며 “이곳에서 자리 잡은 타니사이트는 혈액에서 렙틴과 같은 식욕 억제 호르몬을 붙들어 뇌로 밀어넣기도 하고, 뇌 속 타우를 붙잡아 혈액으로 실어 나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타니사이트가 일을 안 하면 우리 뇌의 하수도에서 독성 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해 그대로 썩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집 안이 오물과 곰팡이로 가득 차 있지만 집 밖의 쓰레기 수거 트럭은 텅 빈 상태인 것과 같다.
타니사이트가 일을 못 하게 하면 뇌 속 타우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우리 뇌는 치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픽 박지은.

타니사이트가 일을 못 하게 하면 뇌 속 타우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우리 뇌는 치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픽 박지은.


📿타니사이트 처참하게 망가진 치매 환자

안타깝게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선 이 정교한 배수 시스템이 처참하게 붕괴된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건강한 사람의 타니사이트는 매끄럽고 긴 다리 형태를 유지하는 반면, 치매 환자의 타니사이트는 마치 가위로 수천 번 자른 듯한 파편화 현상을 보였다. 세포가 진주목걸이처럼 알알이 끊어지는 ‘비딩(beading)’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프레보 연구팀장은 “타니사이트는 뇌척수액과 혈액 사이의 물리적 연결고리인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선 마치 가위로 수천 번 난도질한 듯 잘려져 있었다”며 “이는 정상인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변화”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미 52세의 초기 치매 환자에게서도 타니사이트가 이미 분해된 상태로 청소 시스템 붕괴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타우가 쌓여서 뇌세포가 망가지는 것뿐 아니라, 타니사이트가 망가져서 타우를 치우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최근 연구는 우울증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뇌의 하수구가 막히고 있다는 ‘생물학적 경고 신호’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계속)
그렇다면 뇌의 하수구가 망가지는 이유는 뭘까. 뇌 속 ‘독성 곰팡이’를 키우고, 치매 청소 시스템까지 무너뜨리는 범인. 뜻밖에도 중년의 뱃살이었다.

망가지기 시작한 뇌를 되살릴 방법도 있다.
뇌 속 독성 단백질을 씻어내는 가장 강력한 생활 습관 3가지,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치매 정복 가능해진다? ‘뇌 곰팡이’ 씻는 청소부 찾아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8947


이정봉.정수경.박지은.이민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