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가든그로브의 항공우주 산업용 인화성 화학물질인 메틸메타크릴레이트 저장탱크 누출 사고 현장에서 당국이 물을 분사하며 냉각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근 지역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로이터]
오렌지카운티 가든그로브 지역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저장탱크 사고와 관련해 가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한인들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대피령이 내려진 직후 인근 셸터 등으로 속속 피신하고 있다. 그러나 대피령이 확대되면서 셸터마다 수용 인원을 초과하자 당국은 추가 셸터 설치 등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지난 21일 오후 3시쯤 가든그로브 지역 웨스턴 애비뉴에 있는 GKN 에어로스페이스 화학물질 저장탱크에서 발생했다. 가든그로브시에 따르면 이날 관련 시설에서 3만4000갤런 규모의 메틸메타크릴레이트(methyl methacrylate) 저장탱크가 갑자기 과열되면서 대규모 화학물질 유출 및 과열에 따른 폭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당초 저장탱크 시설 주변 가든그로브 지역에 내려졌던 대피령은 24일 현재 사이프리스, 스탠턴, 애너하임, 부에나파크, 웨스트민스터 일부 지역 등으로 확대됐다. 대피령 대상 주민은 5만 명 이상이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사건 발생 사흘 만인 지난 23일 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폭발을 막기 위한 모든 대책을 동원하기로 했다.
오렌지카운티소방국 크레이그 코비 부국장은 “현재 ‘상당히 심각한(significantly dangerous)’ 상황에 놓여 있다”며 “32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일 중 최악의 사태”라고 말했다.
이날 부에나파크, 사이프리스 등을 포함한 연방 하원 45지구의 데릭 트랜 의원도 연방정부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연방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해줄 것을 공식 요청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메틸메타크릴레이트는 플라스틱과 수지 제조에 쓰이는 인화성 물질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호흡 곤란, 각막 손상, 피부 질환, 두통 등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국에 따르면 현재 저장탱크에는 약 7000갤런의 메틸메타크릴레이트가 남아 있다. 당국은 대량의 물을 이용해 저장탱크의 온도를 낮추는 냉각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내부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폭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GKN 에어로스페이스를 상대로 집단소송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국도 사고 책임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초래한 GKN 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화학물질 배출 기록 미보유 및 무허가 장비 가동 등의 혐의로 남가주대기정화국(SCAQMD)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고 100만 달러의 벌금을 낸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운영 기록과 특정 장비 등록 신청 등의 자료를 제출하라는 통지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오렌지카운티검찰 토드 스피처 검사장은 지난 23일 GKN 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을 상대로 내부 고발 또는 제보를 요청하며 “만약 수사가 진행돼 원인이 밝혀지면 그때는 관련자들이 분명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스 패서디나의 X로펌과 프레시디오로펌 등도 24일 피해 지역 주민들을 대신해 GKN 에어로스페이스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GKN 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993년부터 가든그로브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해왔다. 이 업체는 민간 및 군용 항공기용 조종석 유리, 제트기 캐노피, 항공기 창문 등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약 5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