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미국에서 시작된 편의점을 일본식 모델로 발전시켜 세계에 퍼뜨린 스즈키 도시후미(鈴木敏文) 세븐&아이홀딩스 명예고문(전 세븐일레븐재팬 회장)이 지난 18일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매체가 25일 전했다. 향년 만 93세.
1932년 12월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난 고인은 주오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도쿄출판판매에 입사했다. 이토 마사토시(1924∼2023)가 창업한 유통기업 이토요카도로 1963년 옮긴 뒤 1971년 9월 이사에 취임했다. 미국에 갔다가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발견하고 운영사인 미국 사우스랜드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1974년 5월 1호점을 도쿄 도요스(豊洲)에 오픈했다. 1978년 12월 세븐일레븐재팬의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고, 1991년 3월 미 사우스랜드사의 경영권을 취득했다. 고인은 1992년 이토요카도 대표이사 사장이 된 데 이어 2005년 9월 그룹 회장이 됐다가 2016년 물러났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에 세븐일레븐을 들여와 키우는 과정에서 '편의점의 신'으로 불렸다. 1974년 세븐일레븐 오픈 당시 모회사인 이토요카도는 대형 슈퍼마켓 개점에 집중할 때여서 미국식 편의점을 들여오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강했다. 하지만 고인은 중소 소매점이라도 경영을 근대화하면 대형 점포와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6년 '닛케이×트렌드' 인터뷰에서 "(편의점 개업) 당시는 대형 슈퍼마켓이 떠오르고, (전통시장) 상점가는 안 된다고 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저는 대형 점포만으로 모든 수요를 맞출 수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소형 점포의 문제인 생산성을 개선하면 대형 점포와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송 거리를 줄이려고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점포를 개설하는 '도미넌트 전략'을 관철했다. 1976년에는 당시 관행을 깨고 여러 회사의 우유를 한 트럭에 싣고 공동 배송하기 시작했다. 1982년 10월 판매정보시스템(POS)을 도입, 1983년 모든 점포에 확대 적용했다. 당시 미국에서 퍼지던 POS는 계산 입력 실수를 막는 게 주목적이었지만 고인은 세계 최초로 POS에서 얻은 정보를 마케팅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6년 '닛케이×트렌드' 인터뷰에서 "처음엔 전화로 상품을 발주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전표를 모았지만 금방 한계에 부닥쳤다"며 "커다란 전산기를 만드는 회사라면 작은 건 간단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다행히도 NEC가 공동 개발에 응해준 덕분에 한대에 80만∼100만엔 할 것이라던 설비를 40만엔에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상품에 바코드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 편의점에서 전기·가스요금 수납 대행을 시작했고, 이를 발전시켜 2001년 4월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네트워크인 '세븐은행'을 설립했다.
고인이 이끈 세븐일레븐은 미국과 아시아, 유럽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세계 최대 편의점 체인으로 성장했다. 한국에는 1988년 설립된 코리아세븐이 미국 본사와 제휴를 맺고 1989년 첫 점포를 오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