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충북 증평군 증평읍 용강3리의 ‘온마을돌봄센터’. 경로당 옆 165㎡ 규모의 농기계 창고를 개조한 공간으로, 노인 돌봄과 건강 증진을 위한 여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다목적 시설이다. 입구에는 이·미용 봉사, 문해교실, 건강체조, 인지 활력 노래교실, 방문 간호 등 요일별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센터에 들어서자 대중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에 맞춰 어르신 8명이 율동을 배우고 있었다. 치매 예방과 소근육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건강 체조 교실이다. 이혜주 강사는 “작은 공과 스트레칭 기구인 폼롤러, 의자를 활용해 관절을 풀어주는 체조를 주로 가르치고 있다”며 “인지 능력 유지를 위한 게임도 한다”고 말했다. 유건순(84)씨는 “동네 돌봄센터서 이것저것 다 해주니 심심할 일이 없다”며 웃었다.
증평군은 1읍(증평읍)·1면(도안면), 인구 3만6600여명인 초미니 지자체다. 면적은 약 82㎢로 울릉군(72.56㎢)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작다. 2023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도안면은 노인 인구 비율이 50.3%에 달한다.
이런 증평군이 마을 단위 통합돌봄 실험에 나섰다. 2024년부터 군에 하나뿐인 노인복지관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게 2~3개 마을 어르신들을 관리하는 온마을돌봄센터를 만들면서다. 이 센터는 노는 시설을 리모델링해 만든다. 경로당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마을 인근에서 어르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희 증평군 통합돌봄팀장은 “마을에 돌봄·요양·의료·여가 등을 관리하는 작은 노인복지관을 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2024년 3월 용강리와 화성리에 온마을돌봄센터 2곳을 설립한 뒤 지난해까지 4곳으로 늘렸다.
센터에는 어르신 일상을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온마을돌봄사(사회복지사)’가 1명 근무한다. 장윤희(46) 돌봄사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매일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기초생활수급·장애 등급 신청 등 도움이 필요한 분에게 맞춤형 공공 서비스를 연계해 드린다”고 말했다.
온마을돌봄센터에서는 어르신 수요를 반영한 건강·여가 프로그램이 수시로 열린다. 뜨개 교실, 건강체조, 문해교실, 인지 능력향상 노래교실 등이다. 정기적인 이·미용 봉사와 지역 병원과 연계한 정기 건강검진도 이뤄진다. 증평군약사회 소속 전문 약사들이 찾아와 복용 중인 약품의 오남용을 막는 복약 지도 수업도 마련했다. 유영창 용강3리 이장은 “돌봄사가 어르신 건강 상태부터 집안 사정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어 주민들은 ‘부이장’이라고 부른다”며 “전문 인력이 동네에 상주하니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했다.
돌봄사가 퇴근한 야간이나 휴일에는 마을 사정에 밝은 주민 조장들이 ‘이웃지킴이’ 역할을 맡아 안부 순찰을 하며 비상 연락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용강리에선 시설 하우스를 활용한 어르신 공동체 생산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참송이버섯 1400㎏을 재배·판매해 총 14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조만간 개인별 배당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구순회(82)씨는 “이 나이에 버섯 키우는 걸 새로 배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네 사람들과 모여 일을 하다 보니 활력이 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