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하루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와 상장지수증권(ETN) 18개 종목이 27일 일괄 상장된다. 개별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레버리지 상품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이다. 적은 투자금으로 손익을 극대화하는 ‘지렛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하락할 때는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어서다.
우선 이들 상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한 종목만 담는다. 지수를 기초로 하는 일반 ETF와 달리 분산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개별 기업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나 개별 기업 실적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국내 주식 가격 제한폭(±30%)을 감안하면 하루 만에 최대 60% 이익을 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60% 손실도 가능하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단일 종목 3배 레버리지 상품이 기초자산 급락으로 하루 만에 전액 손실을 기록한 사례도 있다.
특히 경계해야 할 함정은 ‘음의 복리효과’다. 레버리지 상품은 날마다 등락률을 기계적으로 두 배로 맞추는 구조다. 주가가 상승·하락을 반복하다, 제자리로 돌아와도 손실이 생긴다. 예컨대 일반 ETF가 100→130(30% 상승)→100(23% 하락)으로 원금을 유지할 때, 2배 레버리지 ETF는 100→160(60% 상승)→86(46% 하락)이 되면서 원금의 14% 손실이 생긴다.
김영옥 기자
음의 복리효과가 누적되면 지수는 제자리인데 원금은 쪼그라드는 구조적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단기 투자용으로만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높은 운용보수도 부담이다. 국내 지수형 ETF가 연 0.05~0.2%인 반면 단일 추종 레버리지는 0.09~0.49% 수준이다. 여기에 수요가 특정 시점에 몰리거나 거래가 뜸해질 경우, ETF의 순자산가치(NAV)와 실제 시장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명진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부장은 “두 배 수익 가능성보다 두 배 이상 손실 가능성을 먼저 이해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상품 설명서를 다 읽고도 구조가 이해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과열 조짐이다. 이 상품에 투자하려면 2시간의 온라인 사전교육 이수와 기본예탁금 1000만원 예치가 필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사전교육을 신청한 예비 투자자가 10만 명에 달한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운용사와 증권사에 투자 유도 이벤트를 사실상 금지하는 지침을 내려보내며 과열 마케팅 차단에 나섰다.
코스피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삼전닉스’ 의존도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운용사들은 약속한 수익 배율을 맞추기 위해 매일 장 마감 직전 대규모 매수·매도를 반복하는 ‘재조정(리밸런싱)’을 한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 마감 시점의 수급 집중을 유발해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김주원 기자
실제 25일 블룸버그가 입수한 UBS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가 10% 넘게 급락한 지난 3월 3일, 홍콩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물량은 장 마감 전 1시간 거래량의 60%를 차지했다. 윤정인 피보나치 자산운용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특정 종목 쏠림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러한 고변동성이 지속되면 장기 가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한국 증시가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