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1000명이 조립 ‘장인정신’ 벤틀리, 첫 전기차 심장엔 LG배터리

중앙일보

2026.05.25 08:02 2026.05.25 13:3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벤틀리모터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크루(Crewe) 벤틀리 공장 인근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벤틀리모터스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벤틀리모터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크루(Crewe) 벤틀리 공장 인근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벤틀리모터스

영국 맨체스터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크루(Crewe)’. 이곳엔 영국 럭셔리카 브랜드 벤틀리의 공장이 있다. 약 52만㎡(15만평) 부지에 빨간 벽돌로 낮게 지어진 공장엔 1938년부터 ‘자동화’와는 거리를 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자동차 공장엔 산업용 로봇이 즐비하지만, 19일(현지시간) 찾은 이곳은 거대한 공방처럼 수많은 직원들이 편안한 복장으로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 직원은 “차량 컵홀더 덮개를 갈고 있다”고 했다. 공장 관계자는 “1000명의 직원이 각기 다른 1000개 공정을 수행하고, 100% 로봇화된 공정은 2개 뿐”이라고 말했다. 한 직원이 20년 넘게 같은 일을 하는 장인정신이 공장의 근간인 것이다. 대량생산·저비용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 ‘이런 공정을 계속할 수 있을까. 어디엔가는 자동화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절로 생겼다.

영국 크루에 위치한 벤틀리 크루 공장은 1938년 지어져 현재까지도 자동화 공정을 최소화하고, 수작업에 기반한 산업화를 추구하고 있다. 크루=이수정 기자

영국 크루에 위치한 벤틀리 크루 공장은 1938년 지어져 현재까지도 자동화 공정을 최소화하고, 수작업에 기반한 산업화를 추구하고 있다. 크루=이수정 기자

그 답은 전기차에 있다. 페라리·람보르기니·포르쉐 등 럭셔리 경쟁사들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벤틀리도 오는 9월 말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공개한다. 29년간 포르쉐에서 근무하고 2024년 부임한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벤틀리모터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라인업을 전동화하는 대신 새 모델을 추가해 고객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다. 발리저 회장은 그러면서 “새 전기차에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배터리셀이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기차에도 장인정신은 유지되고, 고객은 언제나 공장을 방문해 수백만가지 사양을 결정하고 생산 과정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작업 공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영국 크루 벤틀리 공장의 모습. 고급 목재 뿐 아니라 석재도 얇게 깎아 자동차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 내장재로 가공한다. 크루=이수정 기자

영국 크루 벤틀리 공장의 모습. 고급 목재 뿐 아니라 석재도 얇게 깎아 자동차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 내장재로 가공한다. 크루=이수정 기자

중국차의 약진도 외면할 수 없다. 실제 벤틀리는 지난해 1만131대를 팔아 판매량이 전년보다 5% 줄었는데 특히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감소 폭이 컸다. 발리저 회장은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중국차”라면서도 “마력을 높이는 건 쉽지만, 브랜드와 헤리티지를 갖는 것은 다르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기술력과 럭셔리는 별개라는 얘기다. 그는 “진정한 럭셔리는 단순 기술이 아니라 욕망을 만들고, 좋은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가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1919년 설립된 벤틀리모터스는 영국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현재 5개의 모델 라인업(컨티넨탈 GT, 컨티넨탈 GTC, 플라잉스퍼, 벤테이가, 벤테이가 EWB)를 판매하고 있다. 본사인 영국 크루에서 설계, 연구개발, 엔지니어링 및 생산 등 모든 업무를 진행한다. 사진 벤틀리모터스

1919년 설립된 벤틀리모터스는 영국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현재 5개의 모델 라인업(컨티넨탈 GT, 컨티넨탈 GTC, 플라잉스퍼, 벤테이가, 벤테이가 EWB)를 판매하고 있다. 본사인 영국 크루에서 설계, 연구개발, 엔지니어링 및 생산 등 모든 업무를 진행한다. 사진 벤틀리모터스

한국에서도 3년째 판매량이 줄고 있지만, 벤틀리는 9월 전기차 공개로 반전을 노린다. 발리저 회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시장 중 하나인 만큼 전기 SUV는 큰 기회다. 한국 고객들의 평가를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고객이 장인정신이 깃든 크루 공장과 개인 맞춤화 전통을 이어가는 벤틀리만의 여정을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수정([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