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수원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에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 정부는 남북 공동응원 명목으로 남북교류협력기금 3억원을 선뜻 지원했고, 경기장에는 공무원들까지 동원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북한 대표가 8년 만에 남한 땅을 밟은 것을 남북 교류 재개의 계기로 살려보자는 기대에서였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철저한 냉대였다. 북한 축구단은 이번 대회 우승상금 100만 달러(약 15억원)를 챙긴 뒤 기자회견에서 고압적 태도로 일관했다. 이유일 감독은 한국 기자가 “북측 여자축구는 과거부터 수준이 높다”며 질문을 시작하자마자 “국호를 바르게 해 달라. 저 사람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회견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는 2년 전 아시안게임에서도 똑같은 트집을 잡아 기자회견을 거부했다. 손님으로서의 예의도, 스포츠맨십도 찾아볼 수 없는 태도였다. 남북 교류 행사에서 상대방을 서로 ‘남측’ ‘북측’이라 부르는 것은 오래전부터 확립된 전통인데, 북한이 ‘2국가론’을 들고 나온 뒤론 스포츠 교류에서도 영원히 남남이라며 내미는 손을 뿌리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선수단은 이튿날 공항에 배웅을 나온 시민단체 회원들에게도 눈길 한 번 돌리지 않았다. 우리 측이 보인 성의에 철저한 무시와 냉대로 답한 것이다.
남북대화의 통로가 끊긴 상황에서 스포츠와 민간 교류라도 이어가려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냉전 시기에도 스포츠는 닫힌 문을 여는 작은 계기가 되곤 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계속 뿌리치는데도 손을 내밀고 따라가는 모습은 대화가 아닌 일방적 구애에 가깝다.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정부는 북한과의 교류 재개의 문은 열어두되 무작정 매달려서는 안 된다. 자칫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는 이런 식의 일방적 구애를 북한은 어떻게 보고 있을지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상호 존중과 동등한 격식이 보장될 때 비로소 우리도 합당한 지원과 환대로 화답하는 ‘원칙 있는 대북 기조’가 절실하다. 품격을 잃은 대북 정책은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