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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고’가 ‘성공의 비용’이란 청와대 정책실장의 위험한 인식

중앙일보

2026.05.25 08:26 2026.05.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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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 1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 1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를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으로, 위기의 전조가 아닌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성공의 비용’이란 글에서다. 지난 13일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초과 세수의 활용 방안으로 ‘국민배당금’을 언급한 데 이은 도발적 경제 인식이다.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이 과거와 달라지긴 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이 늘며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외환보유액도 많이 늘어났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했지만 “현재의 원화 약세는 외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코스피 급등 속 평가 차익을 회수하는 외국인의 외환 수요가 환율을 밀어올렸다”는 그의 설명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문제는 명색이 대통령 최고위 경제참모인 김 실장의 지나친 낙관과 편향된 인식이다. 그는 “반도체·AI 분야의 기업 실적 폭발로 기업 이익과 임금, 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해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세수가 확충되며 국가부채비율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선순환이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우리 경제는 장밋빛 일색인가.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2.5% 올라 28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3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로 치솟았는데,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어섰다. 실업 사태는 외환위기에 버금가고 있고, 전월세 대란은 주거 안정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최대 피해자는 두말할 것 없이 서민과 취약계층이다. 김 실장이 ‘3고’로 인한 서민과 취약계층의 고통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있다면 ‘도약의 마찰음’ 같은 표현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3고’를 ‘성공의 비용’으로 여기는 안이한 인식은 위험천만이다. 이미 가계와 중소기업·자영업자가 ‘3고’에 짓눌리며 내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장의 온기도 일부 대기업과 자산시장에만 집중되며 ‘K자형 양극화’가 점점 심화하고 있다.

김 실장은 “지금 필요한 건 달라진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는 안목”이라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만을 강조하다간 문제를 놓치고 위기에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선 과감한 구조개혁과 신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이런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그의 감언은 현실을 호도하는 곡학아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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