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네 편에서 창업가적 사고방식, 파트너의 중요성, 문제 찾기, 작게 시작하기를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방향이 좀 다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마인드셋을 갖추고 있어도, 기본적인 법적·행정적 토대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사업은 출발선에서부터 흔들린다. 화려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보면 이 기본을 빠뜨려서 큰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놀라울 만큼 많다.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이 사업체 구조다. 개인사업자(Sole Proprietorship)로 갈지, LLC(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할지, 주식회사(Corporation) 형태로 갈지. 이 선택에 따라 세금 구조, 개인 자산 보호 범위, 향후 투자 유치 가능성까지 달라진다. “일단 시작하고 나중에 바꾸면 되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중에 구조를 바꾸는 비용은 처음에 제대로 설정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사업체 구조를 정했으면 EIN(고용주 식별번호) 발급, 사업용 은행 계좌 개설이 뒤따른다. 개인 계좌와 사업 자금을 섞어 쓰면 세금 처리가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LLC의 유한책임 보호까지 무력화될 수 있다.
허가와 인허가도 빠뜨리기 쉽다. 업종과 지역에 따라 사업자 허가(Business License), 판매세 허가(Sales Tax Permit), 위생 허가, 전문직 면허 등이 다르고, 연방·주·카운티·시 단위까지 요구 사항이 각각 다를 수 있다. “몰랐다”는 것이 벌금이나 영업정지 앞에서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규정은 계속 바뀐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최근 연방 정부는 기업투명성법(Corporate Transparency Act)에 따른 실소유자 정보 보고 의무를 국내 기업에 대해 면제하는 방향으로 바꿨고, 뉴욕주는 자체적인 LLC 투명성법을 별도로 시행하고 있다. 법과 규정은 한 번 확인하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일반 책임 보험(General Liability Insurance)은 거의 모든 업종에서 필요하고, 사고 한 번이 사업 전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비용이 아니라 보호 장치다.
한인 창업자들이 특히 놓치기 쉬운 부분도 있다. 영어로 된 계약서를 꼼꼼히 읽지 않고 서명하는 경우, 임대 계약의 불리한 조항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 구두 약속만 믿고 서면 계약 없이 동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히 동업은 관계가 좋을 때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가 생긴 뒤에 쓰는 계약서는 계약서가 아니라 소송의 시작이다.
이 모든 것을 혼자 다 알 필요는 없다. 2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SBA, SBDC, SCORE 같은 무료 자원을 활용하면 된다. 요즘은 AI도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사업체 구조의 차이, 필요한 허가 목록, 업종별 보험 종류 같은 기본 정보를 정리하는 데는 AI가 꽤 유용하다. 다만 AI의 답을 최종 결정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AI로 기본 지식을 갖춘 뒤, 회계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가에게 확인받는 순서가 가장 효율적이다. 기본을 챙기는 것이 지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본이 사업의 바닥을 단단하게 만든다. 바닥이 약하면 위에 무엇을 올려도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