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30·미국)는 최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바이런 넬슨 기자회견에서 한 선수의 이름을 꺼냈다. 평소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김주형(24). 최근 몇 년간 경기가 잘 풀리지 않고, 심적으로도 지친 김주형을 두고 “골프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스포츠다. 그래서 항상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기 마련이다”면서 “김주형은 아직 어린 선수다. 내가 그 당시 나이에는 김주형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주형이 이 시기를 잘 이겨내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국적도, 나이대도 다른 선수의 특별한 격려는, 그만큼 김주형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뜻한다. 김주형은 2022년 윈덤 챔피언십과 슈라이너스 아동 오픈을 제패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듬해에는 슈라이너스 아동 오픈 타이틀을 지켜냈다. 그러나 2024년부터 서서히 이름이 잊히고 있다. 슬럼프를 겪으면서 정상권에서 멀어졌고, 그 사이 세계랭킹(144위)과 페덱스컵 포인트(110위)도 내려가 이제는 메이저대회는 마음대로 출전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날 셰플러의 격려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김주형에게 해줄 조언이 있느냐”는 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서 나왔다.
지난 25일(한국시간) 더CJ컵 대회장에서 만난 김주형도 자신을 향한 응원과 걱정을 잘 알고 있었다. 김주형은 “셰플러의 말대로 나는 아직 어리다. 그 점이 나의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성적이 나지 않아서 답답함이 컸다. 그래도 ‘죽을 병 걸린 것은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버텼다. 끊임없이 연습하면서 샷도 많이 좋아졌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됐다”고 덧붙였다.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만난 것도 큰 힘이 됐다. 김주형은 얼마 전 깜짝 결혼 소식을 알려와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결혼식도 극비리로 진행했다. 김주형은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은 지금의 내 환경과 맞지 않다. 내 성격과도 어울리지 않다. 결혼한 후에는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몸과 마음 모두 안정을 찾아가는 김주형에게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9월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출전 기준은 26일 발표된 세계랭킹 상위 3명이다. 현재 순서로는 19위 김시우(31), 68위 임성재(28), 143위 김성현(28)이지만, 김시우와 임성재는 4년 전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아 출전 가능성이 낮다. 이들 다음 순번은 144위 김주형이다. 아직 군 입대 전인 김주형은 말은 아끼면서도 “기회가 온다면 출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