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규장 개장 전 프리마켓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거래량이 적은 시간대에 소량 주문만으로 가격이 널뛰는 일이 반복되면서,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시장가격 왜곡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소동은 이날 오전 8시 프리마켓 개장 직후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전 거래일 대비 20% 가까이 떨어진 24만원에 체결됐다. 체결 수량은 27주 수준이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측은 “주문 실수로 추정된다”며 “세부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혼란이 확산했다. 한 증권사 주식 커뮤니티에는 “급락 알람을 보고 놀라서 들어왔다”, “폭락한 줄 알고 투매할 뻔했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다만 주가가 급변하면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되면서 실제 대량 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4일엔 반대로 프리마켓 개장 직후 삼성전자가 20% 가까이 급등한 25만원에 거래되는 일이 있었다. 지난 2월 6일에는 삼성전자가 장 초반 30%가량 추락한 11만1600원에 체결되면서 비슷한 소동이 벌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장난성’ 주문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은 개장과 동시에 매수·매도 호가가 일치하면 즉시 거래가 체결되는 접속 매매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날 24만원에 삼성전자를 사겠다는 주문과 팔겠다는 주문이 동시에 있었다는 의미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개장 전 주문을 모아 균형가격으로 시가를 결정하는 단일가 매매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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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매할 뻔”…장난·실수에 프리마켓 주가 널뛴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곧바로 29만원대로 회복됐지만, 유동성이 적은 종목은 이런 장난에 더 취약할 수 있다. 거래량 자체가 많지 않은 종목은 몇 주, 몇십 주의 체결 가격이 마치 실제 시장가격처럼 보이면서 투자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난성 주문이 실제 체결돼 기록에 남는다면 시세 조종이 횡행할 수 있다”며 “시장 교란 목적으로 거래량을 늘리거나, 소량으로 가격을 끌어올린 뒤 대규모 물량을 매도하는 방식의 악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논의되는 24시간 주식 거래 등 거래시간 연장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거래소는 9월 14일부터 프리마켓(오전 7시~7시 50분),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을 신설해 거래시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2027년 말부터는 24시간 거래 체계도 도입할 계획이다. 해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거래시간이 길어질수록 호가가 촘촘하게 나오지 않아 시장가격이 더 쉽게 왜곡될 수 있다. 예컨대 한쪽이 이례적으로 높은 값에 매도 호가를 내고, 그 순간 시장가 매수 주문을 건 투자자가 있으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에 체결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시장 내 유동성이 하루 전반에 걸쳐 더 분산될 수 있고, 시간대별 유동성 편차가 심화할 수 있다”며 “이런 유동성 불균형은 개별 종목별로는 가격 왜곡을 유발할 수 있고, 시장 전체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을 통해 가격이 조정되는 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