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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의 뉴스터치] 스테로이드 올림픽

중앙일보

2026.05.26 08:08 2026.05.2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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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 중앙SUNDAY 선임기자

김홍준 중앙SUNDAY 선임기자

며칠간 쿨럭이며 두문불출했다던 지인이 러닝 트랙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자신의 종전 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는 “약은 계속 복용 중인데, 이상하게 몸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그가 어떤 처방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감기약의 클렌부테롤 성분은 기관지를 확장한다. 이 성분은 또 지방을 분해하고 단백질을 늘리는 효과(단백동화)가 있어서 속칭 ‘벌크업’을 하려는 이들이 찾는다고 한다. 콧물을 줄여주는 슈도에페드린 성분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킨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에서 모두 금지한 약물이다. 이처럼 감기약 ‘잘못’ 복용했다가 도핑 문턱에서 걸려 선수 생활이 사실상 끝난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MLB) 개인 통산 최다 홈런(762개)을 친 배리 본즈는 은퇴 19년이 지난 현재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지 못하고 있다. 2001년 시즌 73개의 홈런을 치는 등 화려한 이력 뒤에는 스테로이드가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스테로이드는 감기약의 클렌부테롤처럼 근육량을 늘린다. 본즈가 활약한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은 ‘스테로이드의 시대’다.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등도 한 시즌 60~70개의 홈런을 날릴 때다. 모두 약물 복용 의혹이 있다.

고환암을 극복하고 투르 드 프랑스 7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랜스 암스트롱은 ‘도핑 지능범’으로 불린다. 적혈구를 늘려 산소 운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피를 뽑아 놓은 뒤 경기 직전 수혈한 ‘혈액 도핑’이 대표적이었다. 약물 선수로 판정되면 메달과 트로피는 모두 몰수된다. 본즈처럼 명예의 전당은커녕 본인 명예가 땅에 떨어진다. 암스트롱처럼 자선단체 등 공적 활동을 할 명분도 사라진다.

금지 약물을 허용해 ‘스테로이드 올림픽’이라고 부르는 인핸스드 게임(Enhanced Games)이 지난 2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WADA는 “비도덕적이고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육상과 수영에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선수가 우승했고, 주최 측이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장담한 세계신기록(물론 비공인)은 달랑 하나였다. 본즈가 이걸 봤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김홍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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