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50년을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나름 이것저것 준비했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할 일이 더 많았다. 거소증 발급부터 운전면허 전환, 은행 계좌 개설, 휴대폰 개통, 집 찾기까지 하나하나 새롭게 배워야 했다. 한국말은 익숙했지만 시스템은 낯설었고, 오래 떠나 있었던 시간만큼 한국 사회도 많이 변해 있었다.
그때 큰 도움을 받은 곳이 네이버 카페 ‘역이민 첫걸음’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은 단순한 인터넷 카페 이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거소증 취득 경험을 공유하고, 누군가는 건강보험이나 은행 업무 방법을 알려준다. 또 어떤 분은 지역 생활 정보나 부동산 경험담을 올려준다.
특히 해외에서 오래 살다 귀국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실제 경험담이 큰 도움이 된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현실적인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사람들의 따뜻함이었다. 얼마 전에는 아내와 함께 카페 회원분들과 하동, 화개장터로 2박 3일 꽃나들이를 다녀왔다. 약 30명이 함께한 여행이었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오래 살다 돌아온 분들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는 은퇴 후 한국 생활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돌아왔으며, 또 누군가는 자녀 교육이나 건강 문제 때문에 귀국했다고 했다. 각자의 사연은 달랐지만, 모두가 새로운 삶에 적응해 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에 살아보니 좋은 점이 참 많았다. 무엇보다 안전하다. 늦은 밤에도 비교적 안심하고 다닐 수 있고,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음식 문화는 다양하고 수준 높으며, 의료와 생활 인프라는 기대 이상으로 효율적이다. 조금만 이동하면 산과 바다, 전통시장과 현대 도시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여행의 다양성도 큰 매력이다. 오랫동안 해외에 살다 돌아와 보니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국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처음 맞은 국경일에 생애 처음으로 집 앞에 태극기를 달았다. 그 순간 마음 한편이 묘하게 뭉클했다. 올해는 태극기를 하나 더 사기로 했다. 이제는 두 개를 달 생각이다.역이민은 단순히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이 아니라, 다시 사람들과 연결되고 공동체를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