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인기 SF 시리즈 ‘삼체’의 판권을 보유했던 중국 게임업계 억만장자를 독살한 전직 임원 쉬야오(45)에 대한 사형이 최근 집행됐다. 경영권 갈등과 권한 축소에 앙심을 품고 수백 종의 독극물을 준비해 범행한 사건으로, 중국 콘텐트 업계를 뒤흔든 대표적 ‘기업 범죄’로 꼽힌다.
27일 중국 관찰자망·중국신문망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중국 사법당국은 최근 삼체 IP(지식재산권) 전문회사 ‘삼체우주’ 전 최고경영자(CEO) 쉬야오의 사형을 집행했다. 쉬야오는 중국 게임사 유주(游族·YOOZOO) 창업자 린치(林奇)를 독살한 혐의로 지난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의 배경에는 중국 SF 소설 ‘삼체’의 영상화 사업이 있었다. 자산 규모가 약 1조5000억원에 달했던 린치는 류츠신의 삼체 3부작에 매료돼 영상화 판권을 거액에 사들였고, 이를 ‘스타워즈’급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넷플릭스와 드라마 계약까지 성사시키며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독살당한 린치 유주게임즈 대표. SNS 캡처
미국 미시간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였던 쉬야오는 2017년 유주에 합류해 삼체 IP 사업을 맡았다. 린치는 2018년 별도 법인 ‘삼체우주’를 세우고 그를 CEO에 앉혔다. 쉬야오는 넷플릭스 계약 성사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급격히 틀어졌다. 린치가 프로젝트 성과 부진을 이유로 쉬야오의 권한을 축소하고 후임자를 물색하면서다. 직위가 내려가고 연봉까지 삭감되자 쉬야오는 복수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 그는 해외와 다크웹 등을 통해 수백 종의 독극물을 사들였고, 상하이 외곽에 실험실까지 차려 개와 고양이 등을 상대로 독성 실험을 했다. 중국 매체들은 쉬야오가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범행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법원에 따르면 쉬야오는 2020년 9월부터 커피·위스키·생수 등에 독극물을 섞어 린치에게지속적으로노출시켰다. 같은 해 12월에는 “유산균”이라며 독극물 알약을 건넸고, 이를 복용한 린치는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이틀 뒤 쉬야오를체포했지만 그는 어떤 독극물을 사용했는지 끝까지 진술하지 않았다. 결국 린치는 중독에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9일 만에 숨졌다. 당시 그의 나이는 39세였다. 수사 과정에서는 다른 직원 4명도 독극물에 노출됐던 사실이 드러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체'. 휴고상 수상작인 중국 작가 류츠신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왕좌의 게임' 제작진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 B 와이스가 제작을 맡았다. 사진 넷플릭스
상하이 제1중급인민법원은 지난해 “범행 수법이 극히 비열하다”며 고의살인죄와 위험물질 투입죄를 적용해 쉬야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정치권리 종신 박탈도 함께 명령했다.
사형 집행 이후 삼체우주는 공식 SNS를 통해 “린치 사건이 마침내 마무리됐고 정의가 실현됐다”며 “고인은 삼체 IP를 세계적 문화 콘텐트로 성장시키기 위해 헌신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미국 드라마 ‘삼체’는 400년 후로 예정된 외계인의 침공과 이를 막기 위한 과학자들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2015년 아시아 최초로 SF 분야 최고 권위상인 휴고상을 받았고,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