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6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관계자 3명의 빈소가 27일 오전에서야 마련됐다. 뒤늦게 차려진 빈소에 방문한 조문객들은 고인들을 추모했고, 간신히 목숨을 보전한 부상자들은 철거 작업 과정의 부실한 안전 조치에 대해 지적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현장관리소장 이모(59)씨의 친척인 박준행(62)씨는 “전남 나주에 가족을 두고 건설 현장을 전전하며 바보같이 일만 하던 ‘기러기 아빠’”였다며 “오늘이 생일이라 지난주에 통화도 했는데 (사고를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날 전남 고흥에서 올라온 박씨는 “서소문 작업 현장에서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봤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며 “이번 작업을 끝내고 정년 퇴직하려 했다 들었다”며 안쓰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조문객들은 모두 이씨를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씨의 외사촌인 김귀남(72)씨는 고인에 대해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토목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안다”며 “일을 열심히 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다”며 “나한텐 여전히 어린 나이인데 안타깝다”고 심정을 전했다. 박씨도 “고인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 삼형제 중 가장 노릇을 했다”며 “이 시공사에 처음 입사해 지금까지 30년 넘게 쉬지도 못하고 어려운 현장만 다녔다”고 했다.
서소문 고가차고 사고에서 유명을 달리한 외부전문가 이씨의 빈소. 한찬우 기자
이번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로 총 3명이 사망했다. 시공사인 흥화건설 소속 현장관리소장 이씨와 감리단장 60대 안모씨, 외부 전문가인 구조기술사 이모(64)씨다. 이들의 빈소는 서울과 경기도 성남시의 병원 장례식장에 각각 마련됐다.
빈소는 사고에 따른 검시 절차와 부검 여부 검토 등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늦게 마련됐다. 사고사인 만큼 관련 절차를 거쳐야 했고, 지방에 있던 유족들이 상경해 장례식장 빈소를 확보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사망자 중 외부 전문가인 이씨는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대표이사로, 구조물 안전계의 권위자로 이름 난 전문가였다. 이씨는 지난 2015년 서울역 고가차도의 붕괴 위험성을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오후 2시쯤 이씨의 빈소에 방문해 조문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목 골절 등 중상을 입은 서대문구청 직원 구모(30대)씨는 철거 작업과 무관하게 선거 벽보 현장 점검을 위한 공무 수행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출장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고가 붕괴 직전 해당 구간을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로, 차량을 덮친 잔해 속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한다. 구씨 측 보호자는 “구씨가 해당 업무를 하기 위해선 서소문 고가 밑을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했다”며 “구씨가 가까스로 조수석을 통해 차량에서 빠져나왔을 때 사람들이 “소장님, 소장님” 외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져 소방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부터 철거공사를 진행했던 서소문 고가 인근은 사고가 나기 전부터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던 구간이었다. 사고 나기 5일 전 고가 밑을 지나갔다는 김모(56)씨는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다리 밑을 지나갔는데, 작업 현장을 지나치면서 순간 무서웠다”며 “다음부턴 이곳으로 오지 말아야지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철거 중이던 고가차도 상판의 처짐 현상을 26일 새벽에 확인한 이후에도 고가차도 아래를 지나는 도로와 철도에 대한 별도의 통제 조치 없이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부상을 당한 구씨 가족들은 “사고가 일어나기 12시간 전인 새벽부터 위험 조짐이 있었으면 조치를 했었어야 했던 것 아닌가”며 “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냐”며 울분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