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한국 선박 HMM 나무호 조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HMM 나무호가 공격당한 지 23일 만에 공격 주체를 사실상 이란으로 지목했다. 나무호를 공격한 무기가 이란제 대함 미사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최종 판단하면서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27일 정부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기술 분석 결과 (나무호를 공격한) 미상의 비행체는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의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고 발생 엿새 뒤인 지난 10일 나무호 폭발 원인을 피격으로 좁혔고, 지난 15일 비행체 엔진 잔해를 국내로 들여와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감식 결과 나무호는 1분 간격으로 총 2발의 비행체 공격을 받았다. 첫 번째 탄두는 불발했고(불폭), 두 번째 탄두는 폭발(기폭)했다. 덕분에 첫번째 탄두는 다소 온전한 형태로 수거됐는데, 여기서 고폭 화약이 확인됐다. 엔진은 이란이 역설계한 터보제트 엔진으로 식별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누르 미사일의 톨루(Toloue)-4 엔진이 가진 특징적인 부분을 구성마다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발사 원점도 이란을 가리킨다. 비행체는 나무호의 선미 쪽으로 날아왔는데, 피격 당시 나무호의 선미는 이란 방면으로 약 156도 틀어진 채 정박 중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부품 곳곳에서 이란 제조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각인이 발견됐고, 누르 미사일 특유의 하늘색 도장 등도 핵심 물증으로 공개됐다.
박 차관은 발표 직후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강하게 항의했다. 주한 이란 대사의 카운터파트는 외교부의 국장인데, 박 차관이 직접 초치에 나선 건 그만큼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공격 주체가 확인될 경우 “응분의 외교적 공세”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14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
정부는 27일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의 브리핑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한국 선박 HMM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가 이란산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 박 차관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탄두의 형태, 기체 잔해물 색상 등을 토대로 "기술분석 결과,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 대함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사진은 외교부가 공개한 HMM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의 기체. 연합뉴스
다만 정부는 공격의 고의성 여부를 두고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박 차관은 “여러가지 증거가 이란을 향하고 있다”면서도 “고의성은 주관적인 영역과 관련돼 그쪽에서 인정하지 않는 한 파악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호르무즈해협에서 공격받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감식단을 꾸려 사실관계 확인을 낱낱이 진행한 나라는 우리 정부가 유일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란의 소행이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게 어렵다는 뜻이다.
이란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격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쿠제치 대사도 이날 초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이 문제를 전면 부인하며, 절대 개입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무호 피해에 “개인적으로 유감”이라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 등 적대국들의 가짜 깃발(False Flag, 위장) 작전을 경계해야 한다”며 책임을 돌렸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여전히 국적선 25척이 발이 묶여 있다. 나무호 피격 사건의 전말을 밝힌 건 한국 선박을 구출해내는 과정에서 이란을 상대로 한 협상력 제고 수단이 될 여지가 있다. 이란 정부는 앞서 18일 나무호와 동일 선사인 HMM 소유의 대형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에 한해 조건 없이 해협 통과를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