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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건전성 관리에 생산적·포용금융까지”…수수께끼 받아든 금융권

중앙일보

2026.05.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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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효정 경제부 기자

오효정 경제부 기자

조만간 금융사에는 ‘CIFO’라는 직함이 생길지도 모른다. Chief Inclusive Finance Officer, 포용금융 최고책임자다. 포용금융을 금융사 지배구조에 내재화하겠다는 의미인데, 금융위는 다음달 ‘포용금융 전략추진단’을 꾸려 논의를 구체화한다. 포용금융 실적이 ESG처럼 주요 경영평가 요소가 되고, 임직원 평가·인센티브 체계와도 연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CIFO가 생기면, 그는 곧장 위험관리책임자(CRO)와 머리를 맞대고 수수께끼같은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 은행 경영의 초점이 포용금융으로 향할수록, 건전성 지표는 흔들릴 수밖에 없어서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확대되면 대표적으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 비율이 높아진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4대 금융그룹이 회수를 포기한 대출채권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치다.

포용금융과 함께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생산적 금융도 건전성 지표와 상충하긴 마찬가지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0.65%)은 대기업 연체율(0.08%)의 8배에 이른다(지난달 말 기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 협의체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 협의체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매년 4분기 ‘생산적 금융’ 실적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했다. “공무원이 앉아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 아니라(금융당국 관계자)”, 금융사가 스스로 창의적인 아이템을 발굴해 외부 평가를 받으라는 취지다.

흔들리는 건전성 지표를 눈앞에 두고, 숙제까지 해야 하는 금융사의 혼란은 더욱 깊어진다. 한 금융업권 관계자는 “순이익이 떨어지고 건전성 지표가 더 흔들리면 그때 가서 생산적·포용 금융 비중을 줄이라고 할 건지 궁금하다”며 “장기적인 발전 방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그룹의 외국인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외국인 주주지분율이 절반이 넘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 정부 영향력으로 수익성이 훼손됐다고 문제 제기할 가능성이 정말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지주 3사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공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은행 건전성이 흔들리면 결과적으로 피해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간다. 대출 규모 감소, 금리 인상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잔인한 금융’의 빈틈을 채우려면 완력으로 금융사 팔을 비틀기보다 효율적인 정책금융 공급체계부터 확립하는 게 우선이다. “은행은 복지 정책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취재 중 어느 경제학자가 건네준 이야기다.





오효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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