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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징후에도 12시간 방치…사고 1분 전 무궁화호 지나갔다

중앙일보

2026.05.27 08:11 2026.05.2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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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붕괴 사고 1분 전 무궁화호 열차가 차도 아래 선로를 지나는 상황에서 공사 관계자 등(빨간 동그라미)이 상판 슬래브 위에 모여있는 모습. 사상자 6명은 상판과 ‘거더’(콘크리트 보) 사이에 있었다. [사진 독자]

지난 26일 붕괴 사고 1분 전 무궁화호 열차가 차도 아래 선로를 지나는 상황에서 공사 관계자 등(빨간 동그라미)이 상판 슬래브 위에 모여있는 모습. 사상자 6명은 상판과 ‘거더’(콘크리트 보) 사이에 있었다. [사진 독자]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는 이상 징후가 발견된 시점부터 붕괴까지 12시간33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골든타임’을 추가 구조 보강 대신 임시조치와 보고, 회의 등으로 채운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시30분쯤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슬래브(상판) S9 구간에 대한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길이 28m의 S9 구간이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도록 끝부분 7m가량만 남겨두고, 나머지 구간을 가로 방향으로 길게 잘라내는 작업이었다. 슬래브는 교각 위에 놓인 거더(보)가 떠받치고 있다. 작업자들은 해체를 위해 거더와 거더 사이의 슬래브를 절단하고 있었다. 폭 15m인 서소문 고가에는 총 16개의 거더가 설치돼 있다.

작업 시작 약 1시간 뒤인 오전 2시30분쯤 끝부분인 15·16열 거더 중간에서 ‘처짐 현상’이 나타났다. 인접한 14열 거더와는 2.9㎝의 단차(차이)가 측정됐다. 현장에서는 즉시 공사를 중지한 뒤 추가 처짐을 막기 위해 절단 부위에 플레이트(철재판)를 덧대 고정하는 임시 조처를 했다.

그러나 이후 추가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사 중단 약 5시간 뒤인 오전 7시30분 유선보고가 이뤄졌고, 대면보고와 감리단장·현장소장 등이 참여한 현장점검이 진행됐을 뿐이다. 철거공사 발주처인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도기본) 내부에서도 상황 공유가 늦어졌다. 당시 임춘근 도기본 본부장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시공 오류’ 문제와 관련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 중이었고, 사고 사실 역시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인지했다고 한다.

결국 현장에서는 추가 구조 보강 없이 시간이 흘렀고, 이날 오후 1시40분쯤에는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합동 안전진단이 진행됐다. 그러다 결국 오후 2시33분쯤 거더가 힘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안전진단에 참여했던 공사 핵심 관계자와 전문가 등 3명이 숨지고 시 공무원 등 3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석종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단차가 발생했다는 것은 해당 구조물이 부러진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안전진단 전문가가 상주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항상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전문가가 투입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가 보강 작업을 하려면 ‘구조적으로 위험하다’는 전제가 먼저 확인돼야 했다”며 “이를 판단하기 위해 합동 안전진단을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이상 징후 발견부터 붕괴까지 약 12시간 동안 주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구간 바로 아래로 KTX와 경의중앙선 열차, 차량 등이 수시로 오가는 데다 3일 연속 비 예보까지 겹쳐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부 철도 구간의 하루 열차 통과 횟수는 약 300회에 달한다. 사고 현장 인근 빌딩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을 보면 붕괴 1분 전에 무궁화호, 5분 전에 KTX 열차가 지나갔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철거공사 과정에서 안전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도 운행을 이틀간 통제한 상태에서 집중 철거공사가 이뤄졌다면 결과적으로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도공단과 협의를 통해 작업시간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욱.한은화.이아미.김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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