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8년 맬서스(Malthus)가 영국에서 발표한 『인구론』은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의 인류에게 세기말 종말론적 미래상을 던져 주었다.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인류는 빈곤과 기근의 압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그 핵심이었다. 당시 산업화가 진행되던 도시 곳곳에서 도시 빈곤층이 급증하던 현실은, 맬서스의 불길한 예측이 점차 현실이 되어 가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질소 비료·통일벼 개발에 이어
엽채류 생산 스마트팜 늘어나
정부의 진흥 역할 재정비해야
그런데 맬서스의 예측을 완전히 깨뜨리는 놀라운 기술적 혁신이 농업에서 일어났다. 1909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가 질소 비료 합성법을 개발하고, 곧이어 카를 보슈(Carl Bosch)가 고압 산업공정으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질소 비료가 작물에 투입되자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그 결과 자연적 지력과 경작지 면적이라는 농업 생산에서의 오래된 제약을 넘어서는 길이 열렸다. 맬서스가 상정했던 ‘식량 생산의 산술급수적 한계’가 기술혁신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혁신은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1913년 처음으로 상업적 목적의 질소 비료 공장이 독일에서 만들어졌고, 지구 반대편 조선에는 1927년 흥남에서 질소 비료 공장이 건립되어 1932년부터 질소 비료가 전국으로 보급된다. 당시 흥남 비료 공장에서 생산, 보급된 질소 비료 한 가마가 쌀 5말에 해당하는 꽤 비싼 값이었지만 이를 논에 투입하면 수확량이 두 배가 되므로 생산자들이 적극적으로 질소 비료를 구매하여 사용했다.
당시 기술혁신으로 인해 농업 생산에서 투입되던 경작지·노동력·자본·현금(변동비)의 투입비가 극적으로 변했다. 기술혁신 이전이던 1920년 대비 1938년까지 투입된 경작지의 증가는 고작 1.9%에 그쳤고, 노동력은 8.8%, 자본은 31.2%가 증가한 반면, 변동비 즉 현금의 투입은 무려 658.8%나 증가했다. 투입된 현금의 많은 부분이 비료 등의 매입 비용으로 사용되었음은 자명하다. 질소 비료로 인해 농업 생산에 있어 노동력 투입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기술혁신이 전통적인 농업 산업 구조를 바꾸었던 것이다.
이 농업 기술혁신의 확산은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을 크게 증가시키며 우리의 식생활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이 무렵부터 일상적인 밥상 위에 거친 잡곡밥이 아닌 흰쌀밥이 자주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음식의 양과 질이 함께 상승했다. 중국에서 넘어온 새로운 형태의 결구(結球) 배추가 우리나라 김장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은 시기도 이때 즈음이다.
이 혁신 이후 농업에서의 새로운 기술혁신은 육종 분야에서 나타났다. 40년이 지난 1971년 서울대 허문회 교수의 통일벼 개발과 확산은 이 땅에서 쌀 완전 자급을 달성하며 맬서스의 이론을 확실히 폐기시켰다. 통일벼의 성공이 만들어낸 산업 구조의 변화도 컸다. 생산자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에서, 국가 주도 기술 시스템으로 생산 전략이 바뀌고, 작물의 높은 생산성을 끌어내기 위한 농자재 산업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스마트팜 기술이 또 다른 큰 발걸음을 만들어 낼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주목할만한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무엇보다도 스마트팜은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식량·축산물 등과는 큰 관련이 없다. 엽채류 등 부재료에 해당하는 작물만 주로 생산할 수 있어서 임팩트 자체가 작다. ‘계절성’이라는 작물 재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초기 설치 비용과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생산된 작물의 가격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러나 작업 환경을 크게 개선하기 때문에 ‘골병’들지 않고, 폼 나게 농업 생산을 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스마트팜을 통한 청년들의 농업 유입이 늘고 있다.
스마트팜이야말로 센싱·로보틱스·AI를 비롯한 융·복합적 기술 개발에 대한 자본의 투입이 필요한 분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통일벼 시절에 습득한 국가 주도 기술 시스템에만 기대고 있다. 세 번째 농업 기술혁신이 성공하려면 이에 걸맞은 산업 구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고, 농업 기술혁신에 있어 국가의 역할도 다시 한번 정의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