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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강성 투쟁, 기업의 로봇 전환에 기폭제 될 것”[장세정의 직격인터뷰]

중앙일보

2026.05.2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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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N% 성과급 도미노' 초래한 삼성전자 사태 진단]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이 노조원 찬반 투표(22~27일)에서 73.7%의 찬성으로 가결됐지만, 사내외에서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지면서 앞으로 상당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가 '성과급 판도라 상자'를 열면서 거의 모든 산업 현장에서 'N% 성과급 도미노' 사태로 번지고 있다.
보상 원칙 훼손한 삼성·SK 사태
국가 차원에 끼칠 악영향 우려

노란농투법, 노조 투쟁 부추겨
정치와 노조 결탁고리 끊어야

대통령과 장관까지 나서 압박
사용자에겐 '기울어진 운동장'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위해
사회적 대타협 다시 추진해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5월 20일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서 잠정 임금협상안이 타결되자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5월 20일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서 잠정 임금협상안이 타결되자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정부 시절에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김대환(76) 인하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진보 성향 학자였던 그는 장관으로 재임하던 2005년 8월과 12월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당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사태를 수습한 경험이 있다.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해 초대 정책위원장을 맡았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문답.

Q : -이번 사태의 본질은.
A : "구조적 복합전환 국면에서 대기업 노조의 보상 체계 변화 요구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맞물린 복합적 사안이다. 명분이 약한 '분배 투쟁'으로 산업 전환의 타이밍을 놓치거나 역주행하면 특정 기업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경제 전반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이슈다."

Q : -파업 직전에 타협했는데.
A : "엄청난 손실이 예상됐었는데 일단은 다행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개별 노사관계는 물론이고 국가 차원에서 끼칠 악영향이 클 듯해 걱정된다. 노조는 잃은 것 하나 없이 대부분 얻어냈다. 사용자는 당장 파업을 막아 급한 불 끈 것 외에는 노사 관계에서 관철한 것이 별로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으로서 항공사 조종사 노조 파업 사태를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해결한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는 삼성 본관 앞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는 노사자율 원칙과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으로서 항공사 조종사 노조 파업 사태를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해결한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는 삼성 본관 앞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는 노사자율 원칙과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예외가 원칙이 될 수 있는 위험 우려

Q :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요구는 적절했나.
A : "영업이익은 기업이 세금을 납부하기 전인데, 세금 낸 뒤의 당기순이익을 베이스로 한다면 몰라도 아무튼 성과급 문제는 불씨를 남겼다. 영업이익의 15%(45조원)라면 연구개발(R&D) 투자(37조원)를 훨씬 상회한다. 내일이 없는 집단의 요구나 다름없다."

Q : -'성과에 따른 보상 원칙'이 훼손됐는데.
A :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원칙과 다른 예외는 특별하게 몇 개의 경우에 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원칙이 완전히 무너진다. 예외가 원칙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우려된다."

Q : -기업 경영에 엄청난 부담을 줄 텐데.
A : "SK하이닉스에서 첫 단추를 끼웠으니, 삼성전자도 전례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사용자가 느낀 압박감이 컸을 거다. 지금도 성과급이 시행되고 있는데 차라리 성과를 내면 격려하는 특별 상여제도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기업이 그런 의미를 못 지킨 것 같다."

노조도 '사회적 책임' 인식해야

Q : -노조 부위원장이 "삼성전자를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자"면서 "(파업 강행으로 주가가 내려가) 코스피 5000 달성하게 해드리겠다"는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사과했다. 이런 인식을 어떻게 봐야 할까.
A : "단순한 말실수를 넘어 일부 대기업 노조의 인식 한계와 전략적 오류를 드러낸 발언 같다. 자신이 몸담은 기업은 굴복시키거나 없애버릴 적이 아니라 파트너로 인식해야 마땅하다. 노조 간부에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동시에 USR(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적 인식이 없다면 아무리 정당한 요구라도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 지하철역 앞에서 정부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 지하철역 앞에서 정부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Q : -주주 단체들이 소송하겠다며 반발한다.
A : "의사결정 절차를 문제 삼아 주주들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했던 일이다. 경영진이 노조에는 쩔쩔매면서 주주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만만하게 본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소송으로 갈지, 배임이 인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Q : -김용범 정책실장은 '국민배당금'을 거론했다.
A : "2018년에 민주당 당직자가 대기업의 수십조원 사내유보금을 나누면 국민 일인당 얼마씩 돌아간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양상이 벌어졌다. 기업은 실적이 좋으면 그에 따라 세금을 더 내면 된다. '배당 정치'가 아니라 민생 정책에 쓰여야 한다는 이치도 모르는 사람이 있나 싶다."

장관의 노사 협상 직접 개입은 부적절

Q : -이재명 대통령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다"며 노조를 비판했고, 친노동 성향 정부인데도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이번 사태에서 정부의 대응은 적절했나.
A : "정부가 반도체만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반에 줄 파급력을 고려해 과유불급이라며 신속하게 경고하고 메시지를 낸 것은 적절했다. 다만 긴급조정권 발동을 언급한 시점과 경과는 문제가 있었다. 노사 소통과 대화를 통한 해결을 더 촉구하고 긴급조정은 마지막 수단임을 강조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Q : -장관 시절에 두 차례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는데.
A : "긴급조정권 발동 후에 아시아나항공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켰고, 노사 자율로 합의에 이르렀다. 대한항공은 결국 정부의 중재재정(강제 중재)을 통해 해결했다. 노조가 정부의 긴급조정에 반발해 투쟁하더라도 그 자체가 불법이므로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대응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옳은 해법이다."
민노총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0일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 임금협상안이 타결되자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은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팀장, 오른쪽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중앙포토]

민노총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0일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 임금협상안이 타결되자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은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팀장, 오른쪽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중앙포토]


Q : -민노총 위원장 출신 장관이 노사 협상의 전면에 나섰는데.
A : "기본적으로 개별 사업장의 문제에 주무 장관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노사가 협상하고 정부는 독려하며 분위기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법에 벗어난 것이 있으면 제대로 제재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물론 중재자 역할도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대통령·장관·중앙노동위원장이 노사 사이에서 중립적이었다는 평가를 못 받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 같았을 것이다."

Q : -지금 기업 경영권 존중은 충분한가.
A :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기업은 맘대로 때리고 주무를 수 있는 봉으로 취급된다. 글로벌 기준에 맞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이 필요하다. 벤처기업에 제한적으로 도입된 차등의결권을 확대해 창업자나 경영자의 보유주식을 우대하는 제도,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신주인수선택권(Poison pill) 제도 등이 있다.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처벌 완화 조치 등도 최소한 일본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

노조, 노란봉투법 시행을 호기로 활용
재계에서는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 분출 배경에 노란봉투법이 있다고 지적한다. 노란봉투법의 독소 조항을 조속히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2024년 8월 노란봉투법안을 국회에 상정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법파업 조장법이라 비판하는 모습. 재임 시절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정부 들어 2025년 8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 3월 10일 시행됐다. [뉴스1]

민주당이 2024년 8월 노란봉투법안을 국회에 상정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법파업 조장법이라 비판하는 모습. 재임 시절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정부 들어 2025년 8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 3월 10일 시행됐다. [뉴스1]


Q : -이번 성과급 사태와 노란봉투법의 연관성은.
A : "노조는 지난 3월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이라는 엄청난 호기를 만나 활용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성과급이 노사 교섭이나 파업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다툼의 소지가 있었는데, 노란농투법은 교섭과 파업의 대상을 확 늘렸다. 노동 운동의 기조가 된 '전투적 실리주의'는 극복해야 할 문제인데, 노란봉투법이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노사관계 기조를 완전히 바꾸는 악법은 폐기하고 원상 복구해야 마땅하다."

Q : -산업 전반에 'N% 성과급' 요구가 분출한다.
A :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가 먹혔으니 협력업체든 하청업체든 노조가 이런저런 요구를 내놓을 것이다. 가뜩이나 원청과 하청의 격차가 큰 상황에서 요원의 들불처럼 요구와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기업들이 배겨 내기가 힘들 것이다. 초호황의 호기를 이렇게 말아 먹으니 답답하다."

Q : -노노 갈등과 격차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A : "노동시장 양극화의 완화 또는 타파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Flexicurity)'을 제고해 나가는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격차에만 초점을 맞춘 취약계층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노동시장 유연화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종합적이고 담대한 노동개혁만이 출구를 마련할 수 있다. 2015년 노·사·정의 9·15 합의(노동시장 구조개선에 관한 사회적 대타협)를 바탕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다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강성투쟁, 노동자 일자리에 부메랑

Q : -기업의 로봇 대체가 더 빨라질 텐데.
A :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시점에 노동계의 강성 투쟁은 기업의 자동화 전환을 정당화시켜 주고 가속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결국 노동자를 일자리에서 밀어내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 노사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기술과 기계의 도전 앞에서 기업 생존과 일자리를 어떻게 함께 지켜낼 것인가 하는 실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노조는 현금성 보상 위주에서 인적자본 투자 요구로 전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업은 노동자를 미래 성장의 핵심 자산으로 키워나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정부는 공정한 심판자이자 중재자로서 노사 자율 원칙과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Q : -1960~70년대 영국병이 한국에도 번질까.
A : "그럴 개연성도 있고, 그럴 위험성도 있다고 본다. 한국의 노사관계와 노동 문제는 정치적 풍향에 대단히 민감하다. 노조 투쟁과 정치의 결탁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또다시 반복돼 걱정이다.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고 구조화하면 망국적 한국병으로 갈 수 있다."
지난 4월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노조 공동투쟁본부의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N% 성과급 도미노로 인해 '망국적 한국병'이 산업 전반에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지난 4월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노조 공동투쟁본부의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N% 성과급 도미노로 인해 '망국적 한국병'이 산업 전반에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장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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