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공장도 방산업체로 넘어가나…독일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중앙일보
2026.05.27 08:52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오펜바흐의 메르세데스-벤츠 판매점 위에 독일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 로고가 설치돼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 자동차업계가 생산 축소와 비용 절감에 나선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일 내 공장 매각을 검토 중이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26일(현지시간) 벤츠가 브란덴부르크주 루트비히스펠데 공장을 독일·프랑스 합작 방산업체 KNDS에 매각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36년 설립된 루트비히스펠데 공장은 현재 상용 승합차를 조립하는 시설이다. 직원 약 18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 규모는 5만5000대 수준이다.
이 공장은 나치 독일 시절에는 항공기 엔진 생산기지로 활용된 바 있다.
KNDS는 독일 연방군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와 장갑차 복서 등을 생산하는 방산업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수 수요가 급증하면서 KNDS의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31억 유로(약 57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독일 정부가 복서 장갑차를 최대 3000대까지 주문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생산시설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KNDS는 이미 지난해 독일 괴를리츠에 위치한 프랑스 철도차량 제조업체 알스톰 공장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바이에른주의 자동차 부품업체 드렉슬마이어 공장에서 장갑차 부품을 생산하기로 합의하는 등 군수 생산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공장이 군수 생산시설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독일 최대 자동차업체 폭스바겐 역시 방공체계 아이언돔을 생산하는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라파엘에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업계와 독일 정부는 과잉 생산능력을 줄이는 동시에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 생산시설 확대를 추진 중인 중국 자동차업체와의 협력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루트비히스펠데 공장은 테슬라 독일 공장과 함께 브란덴부르크주 최대 규모 고용시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독일 최대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지난해 6월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과 협약을 체결하고 직원 수백 명을 재교육한 뒤 고용을 승계한 바 있다.
한델스블라트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방산업계가 자동차업계 인력 확보 단계를 넘어 생산시설까지 흡수하는 ‘2단계 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