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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나가 올린 셋로그 2초…AI 시대, 다시 ‘날 것’에 끌리다 [비크닉]

중앙일보

2026.05.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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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무결점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AI 시대다. 잡티 하나 없는 피부, 계산된 구도,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미지들이 피드를 가득 채운다. 완벽함은 이제 노력보다 기술에 가까워졌다. 너무 흔해졌고, 너무 쉽게 복제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가장 희귀해진 건 ‘편집되지 않은 순간’이다.

셋(3명)이 함께 하루를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셋로그는 현재 최대 12명까지 한 방에 모일 수 있다. 처음에는 Z세대 중심으로 퍼졌지만 최근에는 직장인과 기혼자들 사이에서도 사용층이 넓어지는 분위기다. 사진 셋로그

셋(3명)이 함께 하루를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셋로그는 현재 최대 12명까지 한 방에 모일 수 있다. 처음에는 Z세대 중심으로 퍼졌지만 최근에는 직장인과 기혼자들 사이에서도 사용층이 넓어지는 분위기다. 사진 셋로그


최근 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숏폼 로그 앱 ‘셋로그(SETLOG)’는 이런 흐름을 정확히 보여준다.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는 최근 멧갈라 참석차 찾은 뉴욕 일정부터 컴백 음악방송 출근길, 사전녹화 현장까지의 하루를 1시간마다 2초짜리 영상으로 기록해 팬들과 공유했다. 레드카펫 위의 완벽한 화보 대신, 흔들리는 차 안과 대기실의 짧은 순간들이 주를 이뤘다. 팬들은 오히려 그런 장면에 더 큰 친밀감을 느꼈다고 반응했다.

‘인생샷’에 지친 세대…이젠 천장 사진도 올린다
지난해 말 출시된 셋로그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뒤 최근에는 국내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상위권에 오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갤럭시 안드로이드 베타 버전까지 출시됐다. 셋(3명)이 함께 하루를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앱은 업데이트를 거쳐 현재 최대 12명까지 한 방에 모일 수 있다. 처음에는 Z세대 중심으로 퍼졌지만 최근에는 직장인과 기혼자들 사이에서도 사용층이 넓어지는 분위기다.

셋로그는 기존 SNS와 결이 다르다. 1시간마다 알림이 울리면 그때그때 2초짜리 영상을 찍는 방식이다. 하루가 끝나면 이 영상 조각들이 자동으로 이어 붙어 날것 그대로의 하루치 브이로그가 완성된다. ‘좋아요’ 수도 없다. 화려한 필터도 없다.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출보다 지금 이 순간의 생활감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데 가깝다.

셋로그는 기존 SNS와 결이 다르다. 1시간마다 알림이 울리면 그때그때 2초짜리 영상을 찍는 방식이다. 하루가 끝나면 이 영상 조각들이 자동으로 이어 붙어 날것 그대로의 하루치 브이로그가 완성된다. 사진 셋로그

셋로그는 기존 SNS와 결이 다르다. 1시간마다 알림이 울리면 그때그때 2초짜리 영상을 찍는 방식이다. 하루가 끝나면 이 영상 조각들이 자동으로 이어 붙어 날것 그대로의 하루치 브이로그가 완성된다. 사진 셋로그


여기 올라오는 장면들도 특별할 게 없다. 편의점 가는 길, 구내식당 메뉴, 야근하는 책상,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는 순간까지도 콘텐트가 된다. 인스타그램 감성이라면 피드 분위기를 해친다며 굳이 올리지 않았을 일상이다. 인스타그램이 ‘잘 나온 나’를 진열하는 공간이었다면, 셋로그는 ‘굳이 숨기지 않은 나’를 내려놓는 공간에 가깝다. .

대학생 이은서(25)씨는 “단톡방에 사진을 보내거나 인스타 스토리에 답장을 주고받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며 “사소한 일상도 짧은 영상으로 실시간 공유하다 보니 친구들과 한층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직장인 정민철(34)씨는 “친구들끼리 서로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게 은근히 중독성 있다”며 “최근에는 결혼한 친구들끼리 육아하는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기실 2초” 올리는 아이돌들…새로운 팬서비스 등장
최근 K팝 업계에서는 셋로그를 활용한 팬서비스가 빠르게 늘고 있다. 카리나를 비롯해 아이오아이 김세정·정채연, 빌리 츠키, 있지(ITZY), 하이라이트,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여러 아이돌들이 셋로그로 촬영한 짧은 일상을 팬 소통 플랫폼에 공유하고 있다. 음악방송 대기실, 이동 중인 차 안, 쉬는 날의 평범한 일상까지. 특별할 것 없는 짧은 순간들이 새로운 팬서비스 콘텐트가 되고 있다.

에스파 카리나는 최근 멧갈라 참석차 찾은 뉴욕 일정부터 컴백 음악방송 출근길, 사전녹화 현장까지 하루를 1시간마다 2초짜리 영상으로 기록해 팬들과 공유했다. 사진 버블 영상 캡처

에스파 카리나는 최근 멧갈라 참석차 찾은 뉴욕 일정부터 컴백 음악방송 출근길, 사전녹화 현장까지 하루를 1시간마다 2초짜리 영상으로 기록해 팬들과 공유했다. 사진 버블 영상 캡처


여기에는 기존 아이돌 콘텐트의 핵심이었던 ‘완성도’가 없다. 흔들리는 앵글, 피곤한 얼굴, 맥락 없이 지나가는 2초가 전부다. 그런데 팬들은 오히려 거기서 더 강한 친밀감을 느낀다. 완벽해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스타보다, 잠깐 흐트러진 순간이 더 현실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셋로그 콘텐트는 아이돌 팬덤을 넘어 다른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 일부 정치인들은 정제된 캠페인 영상 대신 자신의 하루를 짧게 끊어 보여주는 브이로그형 콘텐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설명과 메시지보다 생활감을 앞세우는 방식이다. SNS의 문법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K팝 업계에서는 셋로그를 활용한 팬서비스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음악방송 대기실, 이동 중인 차 안, 쉬는 날의 평범한 일상까지. 특별할 것 없는 짧은 순간들이 새로운 팬서비스 콘텐츠가 되고 있다. 사진 있지, 아이오아이 김세정·정채연 셋로그 영상 캡처

최근 K팝 업계에서는 셋로그를 활용한 팬서비스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음악방송 대기실, 이동 중인 차 안, 쉬는 날의 평범한 일상까지. 특별할 것 없는 짧은 순간들이 새로운 팬서비스 콘텐츠가 되고 있다. 사진 있지, 아이오아이 김세정·정채연 셋로그 영상 캡처


AI가 완벽함을 만들수록 인간은 더 인간적인 것을 찾는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날까. 배경에는 누적된 SNS 피로감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SNS는 끊임없이 더 완벽한 모습을 요구했다. 더 예쁜 사진, 더 감각적인 취향, 더 특별한 일상. 틱톡과 릴스 시대에는 여기에 편집 기술까지 더해졌다. 사람들은 일상을 기록하기보다 연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구나 몇 번의 명령만으로 이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AI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완성도의 희소성이 무너진 순간, 사람들은 오히려 기술이 흉내 낼 수 없는 것들에 끌리기 시작했다. 계산되지 않은 표정, 흔들린 화면, 맥락 없이 지나가는 일상 같은 것들이다.

지난해 말 출시된 셋로그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뒤 최근에는 국내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상위권에 오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갤럭시 안드로이드 베타 버전까지 출시됐다. 사진 셋로그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말 출시된 셋로그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뒤 최근에는 국내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상위권에 오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갤럭시 안드로이드 베타 버전까지 출시됐다. 사진 셋로그 인스타그램 캡처


이용자들이 느끼는 소통의 무게감도 달라졌다. 카카오톡은 즉각적인 답장을 요구하고, 인스타그램은 늘 잘 나온 모습을 올려야 할 것 같은 피로감을 만든다. 반면 셋로그는 느슨하다. 굳이 말을 길게 이어가지 않아도 서로의 하루를 조용히 들여다보며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만든다.

물론 한계도 있다. 주기적으로 일상을 기록해야 한다는 피로감, 사생활 노출 우려, 관계 감시 문제는 여전히 부담 요소다. 사진 기반 SNS였던 비리얼(BeReal) 역시 폭발적인 관심 이후 성장세가 둔화된 전례가 있다. ‘날것의 진정성’ 역시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인증 문화로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흐름이 보여주는 건 분명하다. 완벽한 이미지는 이제 너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흔들린 화면과 피곤한 얼굴, 설명되지 않은 2초에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b.이슈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하고, 시대와 호흡해 성장하는 브랜드와 기업을 조명합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이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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