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023년 9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서 “계엄 국무회의 소집을 계획했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 류경진)는 윤 전 대통령의 위증 혐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한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 건의 전부터 국무회의를 계획한 것처럼 허위로 증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 건의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국무위원 소집 계획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남색 수트를 입은 윤 전 대통령은 왼쪽 가슴에 수인번호 명찰을 단 채 입정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은 옅은 미소를 띠고 방청석을 바라본 뒤 변호인과 대화를 나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한 뒤 5분가량 선고문을 낭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선고 내내 양손을 옆으로 내린 차렷 자세로 정면을 응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5년 11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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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건의 상관없이 처음부터 소집 계획”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일 2024년 12월 3일 오후 8시14분부터 한 전 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집무실로 불러 오후 9시 9분까지 회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알렸고 계엄 문건을 교부했다. 이후 오후 9시11분쯤 김정환 전 수행실장에게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특정해 대통령실로 부르라고 지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한 전 총리가 첫 회동 당시 국무회의가 필요하다고 건의하자 비로소 의사정족수를 갖추기 위해 계획에 없던 최 전 장관 등 6명을 소집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전에 국무회의를 계획하지 않았다가 당일 오후 9시14분쯤 한 전 총리 제안에 단지 형식적 외관을 갖추기 위해 국무회의를 열었다는 특검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개최를 건의했더라도 최초 회동 이후에 2차로 연락받고 집무실로 온 최 전 장관에게 교부할 계엄 관련 문건이 미리 준비돼있었고, 2차 소집 계획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당시 국무위원 중 빨리 도착할 수 있는 4명을 특정한 게 아니라 6명을 특정해 연락한 점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 등은 오후 9시29분쯤 전까진 추가 국무회의를 소집할 것이라 인지하지 못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한 전 총리 건의 상관없이 처음부터 소집 계획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인 12월 8일 경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에 뭐가 필요한지 묻자 계엄 선포문 안건과 포고령 상정이 필요하다고 진술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공통적으로 “최초 집무실 회동에서는 국무회의 개최 얘기가 없었고 대접견실 회의에서 얘기가 나왔다”고 진술한 점도 인정됐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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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진술, 주관적 평가에 불과”
재판부는 “위증죄는 경험한 사실에 관해 기억에 반하는 사실을 진술했을 때 성립하고 주관적 평가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의사정족수를 갖춘 국무회의를 소집하려 했다는 윤 전 대통령의 진술은 주관적 평가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관계에 관한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라 보기 어려워 위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무회의가 법률상 심의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무죄 선고가 나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있었으나 이내 미소를 머금었다. 이후 변호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악수한 후 퇴정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한 전 총리의 거짓 진술에 기대 기소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