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 매몰사고, 붕괴 막을 흙막이 없었다…경찰, 현장소장 입건
중앙일보
2026.05.27 21:45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수서역 인근 아파트 배수관 공사 현장에서 매몰 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27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 하수관로 정비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가 토사에 묻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됐다는 진술을 경찰이 확보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공사 현장소장 권모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작업 공간이 너무 협소해 공사에 차질이 생길까 봐 흙막이 설치를 생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흙막이는 지반을 굴착할 때 주변 땅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필수 임시 구조물이다.
이번 사고는 전날인 27일 낮 12시 20분쯤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아파트 주변 노상에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서 노후화된 하수관로를 교체하기 위해 거푸집 설치 작업을 하던 중 순식간에 지반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쏟아져 작업자 3명을 덮쳤다.
사고 직후 인부 2명은 흙더미에서 스스로 빠져나온 뒤 미처 대피하지 못한 60대 노동자 A씨를 구조했다.
그러나 흙에 매몰됐던 A씨는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A씨는 사고 발생 1시간 만인 오후 1시 20분쯤 숨졌다.
경찰은 현장소장의 진술을 토대로 구체적인 과실 여부를 따지는 한편, 공사 전반의 관리 감독 체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공사를 발주하고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강남구청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이와 별개로 고용노동부 역시 이번 사고가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해 발생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고성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