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왼쪽에서 둘째)이 교원단체 관계자들과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상반기부터 수학여행 등 학교 현장체험학습에서 안전사고가 나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인솔 교사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또한 현장체험학습을 함께할 안전요원 및 교육청 전담 보조 인력도 늘리기로 했다. 다만 교원단체들은 “교사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미흡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27일 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현장체험지원 방안’에서 교육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교사의 면책을 보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교안전법’을 개정해 관리 지침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수준의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한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책임 부담으로 최근 현장체험학습 운영이 축소되고 있어 이로 인한 학생의 교육 기회 제한 등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 수련회·수학여행의 경우 대전은 실시율이 4.0%에 그쳤다. 서울(7.7%), 경기(9.7%), 인천(13.6%) 등도 낮은 편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요새 소풍도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가고 그런다더라”고 언급해 개선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교육부는 국회와 조속히 협의해 올 하반기 법률 개정 작업에 돌입, 내년 상반기에는 개정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안전사고 발생 즉시 교육청 전담팀이 사고 수습을 지원한다. 사고 발생 시점부터 전담 변호사를 정해 법률 상담부터 소송 대응을 교육청이 지원한다. 교원보호공제사업을 통해 교원 소송 비용, 배상 책임을 지원하고 보상 금액을 확대한다.
또한 관련 보조인력 배치 기준을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보조 인력 안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소방청과 협력해 응급 구호 역량을 갖춘 인원을 확보하는 한편 안전사고 예방과 대처, 학생 인솔 등과 같은 전문성도 확보할 수 있도록 온라인 연수과정을 개발한다.
자료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교육부는 제주·경주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 중인 안심수학여행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합동 점검단이 숙박시설의 건축·소방·가스·전기 상황과 음식점 위생 상태, 체험시설과 여객선 안전 운항 여부 등을 사전 점검하는 방식이다. 또한 전국 교육지원청에 현장체험학습 전담 인력을 배치해 교사가 맡던 현장체험학습 관련 계약과 보조인력 배치, 안전 점검 등을 지원한다.
교사 업무를 가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현장체험학습 매뉴얼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여행 담당 민간 업체가 안전관리까지 책임지는 패키지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한국여행업협회·한국관광협회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교사들의 불안감을 덜기엔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일부 요구가 반영됐지만, 현장의 불안감 해소와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고 아쉽다”고 밝혔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사고 발생 시 모든 법적 혐의와 행정 서류 처리를 개별 교사에게 책임 지우는 현재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현장체험학습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성명을 통해 “현장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금 학교 현장을 가장 크게 위축시키는 문제는 사고 발생 시 교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피의자와 피고인이 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교사 출신인 문자원 변호사(법무법인 와이케이)는 “학부모가 교사의 책임을 물어 소송까지 이어질 경우 완전 면책이 어렵다”며 “안전 요원 증원과 같은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