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격차가 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상위 20% 고소득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200만원을 돌파한 반면, 하위 20%의 증가 폭은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다.
28일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 5분위 배율은 올해 1분기 6.59배를 기록했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6.59배로 그만큼 소득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6.89) 이후 최고치다. 처분가능소득이란 전체 소득에서 세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 소비에 쓸 수 있는 돈이다.
구체적으로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7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4.2% 늘었다. 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은 117만원으로 2.7% 증가에 그쳤다. 1분위는 사업소득이 26.7%, 근로소득이 3.4% 늘었고 이전소득은 0.6% 줄었다. 5분위는 이전소득 증가율이 25.1%로 가장 높았고 근로소득도 2.5% 늘었다.
올해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임직원 성과급 규모가 수억원에 이르는 등 고연봉 대기업 근로자가 늘면서 소득 격차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300인 이상 사업체 임금은 전년 대비 33.9% 늘어난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 임금은 11.1% 증가에 그쳤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300인 이상 사업체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5분위 배율이 악화했다”며 “민생안정은 물론 양극화 해소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소비는 늘었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310만 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했다. 소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2.4%)을 웃돈 것은 2024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3.1%로 2023년 1분기(6.6%) 이후 3년 만에 최대 폭 늘었다.
항목별로 자동차 구입 지출(29.6%) 등 교통ㆍ운송 지출이 12.1%로 가장 크게 늘었다. 다음은 보건 지출(10.4%)로 인구 고령화에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내수 개선 등 경기 회복 흐름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했다고 본다. 최근의 증시 활황이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지현 데이터처가계수지동향과장은 “자동차ㆍ가구 등 내구재 중심으로 소비지출이 늘어난 것을 보면 (코스피 상승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하위 20%의 소비 지출이 더 크게 늘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45만 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소비지출은 556만6000원으로 6.9% 늘었다.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은 주거·수도·광열(21.7%), 식료품·비주류음료(20.8%), 음식·숙박(11.8%) 순이었다. 소득은 거의 늘지 않은 상황에서 필수 생활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지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