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국민에 대한 ‘예의없음’ 느껴진다”…노동청 꾸짖은 법원, 왜

중앙일보

2026.05.28 00:35 2026.05.28 01:1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육아휴직을 한 달 미만으로 사용해 첫 휴직 당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지 못했더라도 이후 전체 휴직 기간을 합산해 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강우찬)은 28일 A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육아휴직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청구의 소에서 원고 승소를 선고했다.[중앙포토]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강우찬)은 28일 A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육아휴직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청구의 소에서 원고 승소를 선고했다.[중앙포토]



육아휴직 급여 안 주던 관행, 적절한가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강우찬)은 28일 A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육아휴직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청구의 소에서 원고 승소를 선고했다.

사기업에 다니는 A씨는 자녀 양육을 위해 2024년 3~4월 약 20일간 1차로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다만 1차 육아휴직 직후엔 급여 신청을 하지 못했다. 고용보험법 제70조 제1항에 따르면,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선 피보험자가 육아휴직을 최소 30일 이상 부여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A씨는 2024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2차 육아휴직 기간에 남은 11개월을 사용했다. A씨는 2차 육아휴직 기간 동안 1차와 2차 육아휴직에 대한 급여를 신청했으나 2차 육아휴직 급여만 지급됐다. 노동청은 1차 육아휴직은 이미 신청기간(휴직 종료일로부터 12개월)이 도과했기 때문에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2020년 11월 30일 서울행정법원 청사 모습이다. 연합뉴스

2020년 11월 30일 서울행정법원 청사 모습이다. 연합뉴스

A씨는 고용노동청 처분에 불복해 심사청구를 했으나, 고용보험심사관은 이를 기각했다. 결국 A씨는 “1차 육아휴직과 2차 육아휴직을 합해 30일이 되었을 때부터 권리행사가 가능하지 않냐”며 소송을 제기했다. 1차 육아휴직 당시엔 30일을 못 채워 급여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기한을 계산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법원 “부지급처분 취소해야”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차 육아휴직 기간의 급여에 대한 추상적인 급부청구권은 2차 육아휴직이 시작돼 그 합산 기간이 30일이 된 때 비로소 발생하게 된다”며 “이와 같이 권리가 발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제척기간(권리가 존속하는 기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 권리가 소멸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제1차 육아휴직이 종료한 날은 전제가 된 추상적 권리조차 발생하지도 않은 날”이라며 “이미 발생한 권리의 행사를 게을리한 경우를 전제로 하는 제척기간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21년 대법원이 “육아휴직 급여 신청기간(종료일로부터 12개월)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한 후, 육아휴직을 분할해 사용했을 때 신청기간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 지에 대해 구체적인 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지난 2월 11일 서울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한 어린이가 등원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11일 서울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한 어린이가 등원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 “국민에 대한 ‘예의없음’ 느껴”

노동청은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부여받았을 때 급여 지급이 가능한 것과 별개로 A씨가 30일 미만 육아휴직에 대해서도 ‘신청할 권리’는 가지고 있다”며 “1차 육아휴직 만료일로부터 제척기간이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급여를 신청하더라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게 법률상 명백한 상황에서 신청권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냐”며 “지극히 형식논리적인 주장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없음’마저 느껴지게 한다”고 꾸짖었다.

노동청은 노동부 업무편람에 따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업무편람은 고용노동부의 자체적이고 독단적인 법해석일 뿐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의 주장은 국가에 ‘모성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노력의무를 부과한 헌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서울행정법원이 ‘한국형 사회법원’ 모델을 추진한 후 처음 선고한 모성보호 사건으로, 행정법원은 사회적 약자 관련 사회보장 사건을 전문 합의부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조수빈([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