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주한미군을 중국 겨냥용 ‘단검’에 비유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을 두고 “분명히 선을 넘었다”고 반발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28일 대변인 명의의 질의응답 입장문에서 “호전적인 행위이자 다른 나라를 인질로 삼으려는 의도”라며 이렇게 밝혔다. 또 지난 15일 미·중 정상이 “건설적이고 전략적인 안정 관계 구축”에 합의한 것을 거론하며 “당신의 중국에 대한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발언은 워싱턴의 승인을 받은 건인가. 아니면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합의를 무산시키려는 의도인가”라고 브런스 사령관을 겨냥했다.
대변인은 일부 한국 언론도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면서 “주한미군사령관께서 역내 국가들을 존중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자신의 집무실인 베이징의 중난하이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반발을 부른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육군 전쟁대학 전략연구소가 공개한 팟캐스트에서 나왔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 방송에서 “(중국이) 동부 해안에서 바라볼 때 눈에 들어오는 건 아시아 중심에 있는 비수(dagger·단검)인 한국”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을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막는 방패에 비유하며 “한국·일본·필리핀이 전략적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해 5월에도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 물 위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규정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거점 역할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이런 반발은 ‘거래적 동맹관’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안보 압박이 한국의 대중 견제 동참으로 이어질 수 있단 경계심과 관련이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 방어를 넘어 대만 해협 등 역내 분쟁에 투입되는 ‘전략적 유연성’ 확대로 굳어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깔렸단 지적이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주한미군 투입을 기정사실로 삼아 긴장을 조성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며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압박에 밀려 한국이 대중 견제 전선에 편입될 가능성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표면적으로는 미군 장성의 발언을 문제 삼았으나, 실질적으로는 한국을 향해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기조에 휩쓸리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