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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인의 읽는 클래식 듣는 문학] 번스타인…지휘자·랍비·교육자

중앙일보

2026.05.28 08:02 2026.05.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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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인 음악평론가·풍월당 이사

나성인 음악평론가·풍월당 이사

레너드 번스타인은 20세기 최고 반열의 지휘자였다. 방대한 레퍼토리와 다재다능함, 해석의 탄탄함과 참신성 등으로 카라얀의 라이벌로 여겨지곤 했다. 엄숙하고 마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카라얀에 비해 번스타인은 세련되고 자유분방하며 TV 방송에 힘입어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이 둘은 언론에 의해 숱하게 비교되며 이슈를 낳았다. 베를린 필 대 뉴욕 필이라는 상징성 또한 그러한 비교를 부추겼고, 번스타인이 빈에 입성한 뒤에는 베를린 필 대 빈 필로 지속되었다. 카라얀이 오페라에서 강점을 보였다면, 번스타인은 작곡가와 현대음악의 해석자로서 입지가 탄탄했다.

카라얀이 제왕이었다면, 번스타인은 랍비였다. 인문적 소양을 폭넓게 갖춘 그는 재치와 유머를 잃는 법이 없었다. 청소년들과 리허설을 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탈무드를 읽어주는 어른 같았고, 대화와 질문, 경청을 통해 얼마든지 즐거운 배움을 이끌어낼 줄 알았다.

1958년부터 1972년까지 52편에 걸쳐 미국 CBS를 통해 방영된 ‘청소년 음악회’는 번스타인의 교육자적 자질이 맺은 가장 의미 있는 결실이었다. 이 ‘청소년 음악회’에서 번스타인은 젊은 관객들에게 늘 새로운 음악을 소개했다. 시벨리우스·스트라빈스키·힌데미트·쇼스타코비치를 메인 프로그램으로 다루고 에런 코플런드, 해리스 같은 동시대 미국 작곡가도 소개했다. 또 이 시리즈에서 번스타인은 클라우디오 아바도나 린 하렐, 김영욱 등 젊은 음악가에게 무대를 내주기도했다. TV를 통해 미전역에 방송된 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미국 시민의 교양을 북돋을 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음악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스승이란 어떤 사람인가? 먼저 사랑에 빠지고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미디어 스타로서의 영향력을 음악에 대한 사랑을 전하는 데 선용한 사람. 번스타인은 진정한 스승이요 교육자였다.

나성인 음악평론가·풍월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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