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받은 1인당 수억 원대 성과급은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단순한 임금 문제를 넘어, 노동 시장 전반에 확산되는 긱 이코노미와 새로운 긴장 관계를 드러냈다. 한쪽에는 안정적 고용과 조직의 보호를 받는 정규직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프로젝트와 계약 중심으로 일하는 프리랜서와 긱워커가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은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 기업들은 개발자와 엔지니어를 모두 정규직으로 내재화하기보다 필요에 따라 외부 인재를 병행 활용하는 ‘오픈 탤런트 전략’을 확대하고 있으며, 화이트칼라 노동 시장의 기준도 ‘어느 회사 소속인가’에서 ‘어떤 전문성과 평판 자본을 가진 개인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노동 시장이 이렇게 재편되면서, 성과와 보상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는 질문은 정규직과 긱워커 모두에게 걸친 공통 과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성과와 보상을 나누는 기준은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 이혼법의 ‘페레이라 방식’과 ‘밴 캠프 방식’이 하나의 실마리를 준다. 두 방식은 자산 증식을 노동과 자본의 기여로 나누어 보는 법적 틀로, 기업 성과급 배분 논쟁과 구조적으로 닮았다. 페레이라 방식이 개인의 노동 기여를 중시한다면, 밴 캠프 방식은 자본 규모와 시장 환경 같은 외부 요인을 강조한다.
반도체 산업에 이 틀을 대입해 보면, 밴 캠프적 시각이 현실에 더 가깝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자본 투자와 경기 사이클에 따른 호황이 반복되는 구조여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막대한 영업이익도 자본 투자와 산업 구조, 시장 환경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로 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그렇다고 노동자의 성과 보상이 정당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보상의 방식과 기준이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 성과를 안정적으로 공유하자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자본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과의 균형이라는 질문은 남는다. 위험과 보상의 원칙은 함께 논의돼야 한다.
이 논의는 대기업 정규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피지컬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에 스며드는 지금,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을 공존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부 인력과 외부 인재 사이의 새로운 분배 원칙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블랙 스완은 대개 아무 징후 없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이번 성과급 논쟁은 우리가 이미 열어 놓고도 외면해 온 노동시장 판도라의 상자에서 새어 나오는 경고음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