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장혜수의 뉴스터치] 레버리지

중앙일보

2026.05.28 08:06 2026.05.28 13:2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장혜수 선임기자

장혜수 선임기자

아이와 시소를 타본 부모는 자신이 반대쪽 어디쯤 앉아야 균형에 이를지 안다. 아이보다 받침점에 가까워야 한다. 뉴턴 역학으로 설명하면, 받침점 양쪽에서 일어나는 ‘일’은 같다. 가한 힘과 해당 지점이 위아래로 움직인 거리를 곱한 게 일이다. 받침점에서 가까우면 조금 움직이지만 큰 힘이 들고, 반대로 멀면 많이 움직이지만 힘은 적게 든다. 지렛대의 원리이기도 하다.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기원전 3세기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충분히 긴 지렛대와 설 자리를 준다면 지구도 들어 보이겠다”고 자신했다.

레버리지(leverage)는 지렛대(lever)의 작용을 뜻한다. 작은 힘으로 큰 것을 움직이는 일이다. 19세기 후반 영미 금융계는 차입을 통해 수익을 증폭시키는 일이 지렛대의 작용 같다고 여겨 이 용어를 끌어다 썼다. 1920년대 미국 주식시장 초호황기에 월가의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 돈에 빌린 돈을 얹어 투자하는 상품을 내놨다. 이를 레버리지 투자신탁(또는 펀드)으로 불렀다. 레버리지는 점차 차입·부채·신용 등을 대체하는 금융용어로 굳어졌다.

미국에 상장지수펀드(ETF)가 처음 등장한 건 1993년. 그 13년 뒤인 2006년 자산운용사 프로펀즈가 S&P500 지수의 일 변동성 2배를 추종하는 ETF를 내놨다. 레버리지의 부정적 어감을 피해 당초 명칭을 기어드(geared) ETF로 했다. 기어 변속으로 속도를 높이듯 수익률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국내에서는 2010년 삼성자산운용이 코스피200 지수의 일 변동성 2배를 추종하는 ETF를 출시했다. 아예 명칭에 레버리지를 박았다. 단일 종목 2배 추종 레버리지 ETF가 미국에 등장한 건 2022년. 한국도 이번에 그 뒤를 이었다.

ETF 발매 첫날(27일) 거래액이 10조원을 넘었다. 주식시장의 불기둥 장세 속에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 경고는 공허한 메아리 같다. 그나저나 아르키메데스 말처럼 지구를 들어 올리는 조건을 따져봤다. 몸무게 60㎏인 인간이 지렛대 받침점에서 1m 떨어진 곳에 놓인 지구를 1㎝ 들어 올리기 위해서는 105억 광년 길이의 지렛대를 10만 광년 높이에서 눌러야 한다. 이 숫자도 경고만큼이나 공허하다.





장혜수([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