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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먼저 온 미래’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중앙일보

2026.05.28 08:18 2026.05.2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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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삼성전자가 성과급 문제로 파업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노사 합의를 이루어 파국을 면했다. 명실공히 국가 기반 산업인 반도체 공장의 파업을 우려하던 정책 당국과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메모리는 세계적으로 투자가 집중되는 AI 산업에 필수적이어서 외신들도 관심있게 지켜보았고, 협상이 타결되자 바로 보도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아마도 한국의 기업 동향이 이처럼 세계적인 관심을 끈 것은 처음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제 전 세계 산업계의 주요 플레이어가 되었음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생각되어 일견 뿌듯하기도 하였다.

삼전 파업 위기는 먼저 받아든 문제
AI 시대 더 큰 경제·사회 변화 올 것
경쟁체제 속 공정성 어떻게 살릴지
근본 가치 반영, 제도 개혁 논의해야

하지만 파업 협상이 타결된 후 수많은 문제들이 튀어나왔다. 이는 협상 타결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임시 봉합이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었다. 우상조 기자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었다. 우상조 기자

우선 삼성전자 주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기업의 잉여 이익은 기업 성패와 무관하게 약속된 임금을 지급받는 종업원의 몫이 아니라,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그 기업에 투자한 주주의 몫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원칙을 생각하면 일리있는 지적이다. 또 다른 목소리는 과연 삼성전자의 엄청난 이익이 단지 삼성전자만 잘해서 얻은 것이냐는 점이다. 국가가 반도체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 오랜 기간 도로와 전력 등 여러 인프라 지원을 해 주었고, 첨단 인력 양성과 국가 R&D 사업을 통해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해 준 덕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값싸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준 협력업체들도 떡고물을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들은 원칙적으로 조세 제도와 기업간 계약으로 해결할 일이라는 반박이 나왔으나, 심정적으로는 동조하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애초 이 문제는 세계적인 AI 인프라 투자 덕분에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불거졌다. 300조원이라면 우리나라 예산의 40%를 넘는 금액이고, 역대 삼성전자 최대 영업이익의 5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당연히 종업원들은 그 과실의 일부를 차지하고 싶어 했고, 경쟁사의 모델대로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금액이 반도체 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원의 보너스를 받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공정심리’를 건드리게 되었다. 과연 삼성전자에서 일한다는 사실만으로 일반 중소기업 근로자가 10년을 일해도 못 받을 임금을 받는 것이 공정한가. 특히 이처럼 큰 이익이 삼성전자가 엄청난 기술적 대도약을 이루어서 얻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산업적 사이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 그 정당성에 의심을 품게 하였다.

사실 이 문제는 앞으로 일어날 현상의 전초적인 성격이 있다. 즉 삼성전자 파업 위기와 그 후 나타나는 후유증은 ‘먼저 온 미래’이고, 단순히 일회성으로 지나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 AI 산업이 발전할수록 경기 사이클이 자주 바뀔 것이고, IT산업의 승자독식이라는 특성상 엄청난 이익이 몇몇 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AI 기술은 세계적으로 빅테크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그들 중에서도 몇몇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런데 경쟁이 정리되어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때, 그들은 과연 이익을 사회에 공정하게 나누어 줄까. 현재의 사회 풍토와 제도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개인이 주체할 수 없는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일론 머스크 등 현재 빅테크 구루(Guru)들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제도를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의 제도는 지금까지 일어났거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예측하고 거기에 맞춘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의 AI시대 경제와 사회는 과거와는 크게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몇몇 빅테크 기업의 재력과 영향력이 과거의 독과점 기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질 가능성이 많다. 심지어 국가 권력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과거부터 인류는 기술 발전에 의해 사회가 변화할 때마다 제도를 바꾸어 왔다. 예를 들어 산업혁명 이후에 의무교육이 도입되었고, 초기 자본주의의 폐해가 커지자 독과점 금지법이 시행되었다. AI 혁명에 따른 변화는 과거의 산업혁명을 능가할 것이 분명하여, 당연히 제도도 이에 따라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왼쪽부터)이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왼쪽부터)이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마침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파업’이라는 예비 문제를 받았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알파고 사태의 의미를 모르고 지나쳐버린 우(愚)를 또 범해서는 안된다. 과연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공동체는 어떻게 유지해야 할 것인지, 경쟁 체제 안에서 어떻게 공정성을 살릴 것인지 등등 고민해야 할 문제가 많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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