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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내 주식 한도 또 늘린 국민연금, 출구전략은 있나

중앙일보

2026.05.28 08:20 2026.05.2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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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실에서 2026년도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주재하기 앞서 김성주(왼쪽)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실에서 2026년도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주재하기 앞서 김성주(왼쪽)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한도를 대폭 확대했다. 어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현재 전체 운용 자산의 14.9%인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5.9%포인트 높인다고 밝혔다. 시장 대응을 위해 이 목표 비중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시장 여건 변화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코스피가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주식 비중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24.5% 수준으로 불어났고, 최근에는 30% 선까지 높아졌을 것이란 게 업계 추산이다. 기존 목표치의 두 배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이 한도를 맞추기 위해 대규모 주식 매도에 나설 경우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연금 수익률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최근 연금 수익률 상승으로 향후 기금 고갈 걱정을 다소 덜게 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국내 주식 한도 확대는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연금을 이처럼 단기 시장 상황에 맞춰 운영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연금 운용에서 중요한 건 단기 수익률이 아닌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이다. 별도의 운용위원회를 두고 특정 자산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중장기 목표 비중을 설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이 계속 늘어나자 연금이 정부의 증시 부양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한국노총·참여연대 등 30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도 지난 26일 성명에서 “최근 기금 운용을 두고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며 거버넌스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또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1400만 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의 압력을 생각하면 한번 늘어난 국내 투자 비중을 다시 줄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가 연금 지급을 위해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증시가 감당하지 못할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기금위는 임시변통식 비중 조정만 남발할 게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역풍을 줄일 출구전략과 함께 연금 운용의 장기 안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연금의 정치화’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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