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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들 조울증 10년 뒤…“난 예수야” 둘째까지 덮쳤다

중앙일보

2026.05.28 13:00 2026.05.2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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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애 행동이 심상치 않아. 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에 한번 데려가보는 게 어떻겠니. "

1994년 여름, 고직한(72·사단법인 좋은의자 상임대표) 선교사는 어머니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고 선교사의 첫째 아들 하영(45·당시 13세)씨가 하루 종일 잠에 빠져 지내고, 이유 없이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본 뒤였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사춘기에 접어든 장손을 향한 어머니의 지나친 걱정이리라. 그러나 계절이 바뀌며 우려는 현실이 됐다. 불면증이 생긴 아이는 밤새 집안에서 농구공을 튕기며 돌아다니는 등 이상 행동을 반복했다.

" 전형적인 양극성 장애(조울증)증상입니다. "

뒤늦게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가 이렇게 말했을 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이는 그저 기분이 극적으로 오르내리고 수면 패턴이 무너졌을뿐, 평범한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을 먹으면 금세 잠잠해졌다. 고 선교사는 이 병이 잠시 스쳐가는 감기라고 믿고 싶었다.
고직한(72) 선교사는 "양극성 장애(조울증)인 두 아들을 키우며 32년 동안 지옥을 50번 오갔다"고 말한다. 그의 첫째 아들 고하영(45)씨와 둘째 아들 고하림(43)씨는 구독자 2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조우네 마음약국'을 운영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고직한(72) 선교사는 "양극성 장애(조울증)인 두 아들을 키우며 32년 동안 지옥을 50번 오갔다"고 말한다. 그의 첫째 아들 고하영(45)씨와 둘째 아들 고하림(43)씨는 구독자 2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조우네 마음약국'을 운영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아빠, 아무래도 하림이에게 조증이 온 거 같아요. "

10년 뒤. 이번에는 둘째 하림(43·당시 22세)씨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첫째 하영씨였다. “우리 집은 잘 될 거예요”라는 등 긍정적인 말을 맥락 없이 반복하는 동생의 증상이 심상치 않다고 했다. 이번만큼은 아니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둘째 역시 조울증 진단을 받았다.

" 철렁했죠. 한 명도 아니고, 두 아이 모두 정신 질환 진단을 받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신(神)에게 수도 없이 물었습니다. 왜 하필 우리 가족이냐고요. "

32년이 흐른 지금, 고 선교사 가족은 스스로를 ‘싸이코(PsyKoh) 패밀리’라 소개한다.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담은 단어 ‘사이코(psycho)’의 마지막 글자를 가족의 성(性) ‘고(Koh)’로 바꿨다. 주어진 운명을 웃으며 받아들이겠다는 자기 선언이다.

고 선교사는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도 열심히다. 두 아들의 정신 질환 동행기를 담은 책 『싸이코 패밀리어도 괜찮아』를 쓰고, 유튜브 채널 ‘조우네 마음약국’도 운영한다. 구독자가 2만 명에 달한다. 이제 고 선교사는 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가족이 아닐 이유도 없네요.” 고 선교사를 만나 물었다.

" 두 아들의 정신 질환으로 주저앉은 당신을 일으켜 세운 건 무엇인가요? "

📌“매일이 지옥이었다” 아버지의 고백

Q : 양극성 장애라는 게 정확히 뭔가요?
우울증과 조증이 롤러코스터처럼 극단적으로 반복되는 기분 장애예요. 우울증과 조현병 양극단 사이에 있는 수많은 스펙트럼 중 하나입니다. 우울증일 때는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았다가 조증이 되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들뜹니다. 조증일 땐 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망상이 생기고 행동도 커져요. 증상도 다양합니다. 조증이 더 오래 지속되고 강도가 세면 1형, 경조증(경미한 조증)에 우울증이 길고 강하게 나타나는 걸 2형이라 부릅니다. 두 아들은 모두 양극성 장애 1형 진단을 받았어요.


Q :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됐나요?
큰아이는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거 같아요. 이 병은 우울감으로 시작되는데, 아이가 그때부터 말수가 줄었어요. 또 잠이 늘고 잘 울었어요. 여름 휴가로 떠난 휴양지에서조차 울더라고요. 그 시기가 우울기였는데, 전 그저 사춘기가 온 줄로만 알고 눈치를 못 챘어요. 반면 둘째는 대학교 2학년 때 느닷없이 쓰나미처럼 덮쳤어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예수’라는 거예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때 이미 우울증을 넘어 조증의 시기로 간 단계였어요.


Q : 둘째는 그 전에 조짐이 없었나요?
워낙 조용한 성격이어서 우울기를 놓쳤던 것 같아요. 이 병은 원래 눈치 채기가 쉽지 않아요. 누구나 기뻤다, 슬펐다 감정이 바뀌게 마련이니까요. 게다가 우울증과 조증이 나타나는 패턴이 사람마다 달라서 예측도 예방도 할 수가 없어요. 마치 예고 없이 강도를 만나는 거나 똑같습니다.


Q : 놀라고 당혹스러웠을 텐데,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매일이 지옥이었죠. 특히 조증일 때 힘들었어요. 자아가 강해져서 자신을 영웅화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고, 시비가 붙을 수도 있어요. 잠도 안 자요. 둘째가 특히 심했어요. 밤마다 심야 클럽에 가겠다는 아이를 일단 차에 태워 드라이브를 나갔어요. 기분이 고조된 20대 남자 성인을 태우고 운전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잔뜩 긴장한 채로 밤새 운전을 하는 거예요. 그러다가 아이가 지쳐 잠들면 아내와 양쪽에서 아이를 부축해 13층 집까지 올라와 침대에 눕힙니다. 조증 때마다 이런 생활을 반복했어요. 한 번은 한강 다리를 건너는데, 그대로 차를 몰아 강으로 뛰어들고 싶더군요.


Q : 발병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계속)

“지나고 보니 두 아들에겐 공통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왜 두 아이 모두에게 정신질환이 찾아온 걸까.

그 지옥 같던 가족은 어떻게 다시 일상을 되찾았을까.
현재 두 아들은 모두 결혼했고, 심지어 겹사돈까지 맺었다.

※32년간 정신질환과 싸워온 한 아버지의 기록.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첫째 아들 조울증 10년 뒤…“난 예수야” 둘째까지 덮쳤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9299

이민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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