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앞에서 사람들이 일본 닛케이지수를 표시한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점심값은 500엔(약 4700원) 이하, 옷 구매는 자제,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도 그만.
요미우리신문이 23일 소개한 도쿄의 한 30대 여성의 일상이다. 2024년 8월부터 니사(NISA, Nippon Individual Savings Account)를 통해 매달 3만엔(약 28만2600원)씩 적립투자를 시작하면서 이전의 소비 생활을 대폭 줄이게 됐다.
일본도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니사 빈보(NISA貧乏·니사 푸어)’라는 신조어가 사회 현상으로 떠올랐다. 니사에 투자하느라 극도로 절약하는 삶을 사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단어다. 요미우리는 “생활이나 취미, 친구와의 교제 등에 필요한 돈을 지나치게 줄이면서까지 투자에 돈을 넣는 ‘니사 빈보’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사는 개인이 주식이나 투자신탁에 투자해 얻은 매각 차익과 배당금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일본의 소액투자비과세제도다. 2014년 처음 도입됐고, 2024년부터는 연간 투자 한도와 비과세 보유 한도가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한 사람이 평생 최대 1800만엔까지 비과세로 운용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통상 주식이나 투자신탁을 매각해 얻은 수익이나 배당금에 약 20%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니사는 한도를 채울수록 절세 이득이 커진다는 매력이 있다.
일본 정부가 당초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자본시장 활성화’와 ‘젊은층의 노후 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였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예·적금 등 현금성 자산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데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연금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닛케이 평균주가가 27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6만6000엔대에 진입하는 등 '불장'이 이어지면서 니사는 일본 정부의 예상보다 강력하게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25일 월요일 도쿄의 한 증권사에서 일본 닛케이지수를 표시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힙뉴스
SMBC컨슈머파이낸스 조사에 따르면 일본 20대의 월평균 투자액은 니사 시행 직전인 2023년 2만3589엔에서 2025년 2만9678엔으로 6000엔 넘게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매달 사용하는 용돈은 3만7096엔에서 3만2159엔으로 줄었고, 취미·여가 지출도 1만9027엔에서 1만6596엔으로 감소했다. 투자 자금이 일상 소비를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국회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월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 국민민주당의 다나카 겐(田中健) 의원이 “20대는 투자도 필요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 등 여러 일을 할 중요한 시기”라며 ‘니사 푸어’ 문제를 지적했다.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재무상도 “(관련) 기사를 보고, 충격받았다”며 “적립 자체가 목적화되는 것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매년·매월 수입을 어떻게 쓸지도 금융교육에 포함돼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일본의 다이이치생명보험(第一生命保險)이 매년 실시하는 ‘장래 희망 조사’에서 올해 처음으로 남자 고등학생 부문 10위 안에 ‘투자자’가 진입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월 7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일본이 오랫동안 매달려 왔지만 좀처럼 진전이 없던 '저축에서 투자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이런 흐름을 하나의 성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