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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고 비싸”…고속道휴게소 민영→공영 도돌이표의 내막

중앙일보

2026.05.28 14:00 2026.05.2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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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 휴게소인 추풍령 휴게소의 초기 모습. 사진 한국도로공사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 휴게소인 추풍령 휴게소의 초기 모습. 사진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휴식을 위해, 또는 식사나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휴게소인데요. 다양한 식음료 매장에서 추천 메뉴를 맛보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입니다.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경부선에 있는 '추풍령 휴게소' 입니다. 기록상으로는 1970년 7월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했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1971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됐다고 하는데요.

휴게소 부지는 한국도로공사(도공) 소유이지만 건물 등은 민간이 투자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최초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셈입니다. 휴게소 운영을 위해 '한국드라이브인'(현재는 폐업)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는데요.

초대 대표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육사 동기인 이모 씨가 맡았습니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박 전 대통령이 지방 출장길에 추풍령 휴게소를 자주 애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휴게소 시설은 1995년 도공에 기부채납돼 현재까지 임대 형식으로 운영 중입니다.
70년대 고속도로 휴게소의 내부 매점 모습. 사진 한국도로공사

70년대 고속도로 휴게소의 내부 매점 모습. 사진 한국도로공사


도공에 따르면 휴게소가 속속 문을 열던 시기에 투자 형식은 크게 세 가지였다고 하는데요. 첫째는 도공이 건설해서 5년 단위로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망향·옥산·천안삼거리 휴게소 등이 대표적입니다.

둘째는 도공 소유의 부지에 민간이 휴게소를 건설한 뒤 도공에 이를 기부채납하고 10년 단위로 임대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인데요. 추풍령 휴게소가 유사합니다. 민간사업자는 이 기간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겁니다.

셋째는 용지 확보는 물론 휴게소 건설 등 일체의 투자를 민간이 책임지고 소유하는 건데요. 경부선 건설 당시 대전 공구를 담당한 현대건설의 직원 숙소 부지로 사용됐던 곳으로 1971년 7월 문을 연 금강휴게소가 대표적입니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민간이 휴게소 운영을 담당한다는 점에선 동일한데요. 이러한 방식은 1980년대 후반까지 별 변화 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1989년 9월에 들어서면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요.

70년대 고속도로 휴게소의 식음료 매장 모습. 사진 한국도로공사

70년대 고속도로 휴게소의 식음료 매장 모습. 사진 한국도로공사

도공이 100% 출자해 설립한 '고속도로 시설공단(공단)'이 휴게소들을 인수해 직접 운영에 나선 겁니다. 공단은 계약 기간 및 투자보전이 끝난 휴게소와 중소규모 휴게소, 적자 및 경영부실 휴게소들을 우선 인수했다고 하는데요.

도공이 공단을 설립하면서 밝힌 취지는 ▶휴게소 등 고속도로 부대시설의 공공성 확보 및 경영 합리화 도모 ▶부대시설의 관리·운영 전담 체제 구축을 통한 고속도로 이용객의 편의 향상이었습니다.

도공 관계자는 ”당시 민간이 운영하는 휴게소들이 대부분 이윤만을 쫓다 보니 가격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상당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식사와 음료값 등이 시중보다 2배 이상 비싼 데다 친절도나 위생 상태도 엉망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이 심심찮게 나오는데요. 화장실 역시 청결도에서 문제가 컸다고 합니다.
80년대 고속도로 휴게소의 식당 모습. 사진 한국도로공사

80년대 고속도로 휴게소의 식당 모습. 사진 한국도로공사


이 같은 민영 휴게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기관의 직접 운영, 즉 '공영'이 등장한 셈입니다. 1994년 기준으로 전국 64개 고속도로 휴게소 중 절반이 넘는 39개 휴게소를 공단이 인수해 운영했다는 보도도 있는데요.

나머지 25개 휴게소는 기존대로 민간이 운영을 맡았기 때문에 당시는 공영과 민영이 공존하며 경쟁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은 휴게소는 몇 년 뒤 또 한 번의 격변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3년 말에 공기업 민영화 및 기능조정 방안이 결정됐습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에 대한 비판이 대두하면서 공기업 통폐합과 민영화 등의 해결방안을 추진하게 된 건데요. 이때 공단도 민영화 대상에 포함됩니다.

이에 따라 1995년 8월 공단은 해체됐고 공단이 운영하던 휴게소 중 규모가 큰 시설은 일반경쟁 입찰, 규모가 작은 시설은 중소기업 대상의 일반경쟁 입찰 방식으로 운영권이 민간에 넘겨졌습니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시흥하늘휴게소의 내부 모습. 사진 한국도로공사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시흥하늘휴게소의 내부 모습. 사진 한국도로공사

도공으로부터 휴게소 운영권을 따낸 민간업체는 해당 휴게소에 입점할 식당과 매점, 카페 등 개별 업체들을 선정하고 관리하며, 수수료를 징수하는데요. 물론 도공에는 휴게소 임대료를 내야 합니다. 이런 형태는 최근까지도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휴게소는 또다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을 맞이한 듯합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싼 음식값과 수준 낮은 서비스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진 데다 일부 휴게소 운영업체의 대금 미지급 같은 논란도 불거진 건데요.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휴게소가 맛이 없는 데 왜 이리 비싸냐. 알고 보니 몇 단계 거치면서 중간중간 임대료, 수수료 떼먹는 게 절반이더라”라며 신속한 개선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도공의 퇴직자 단체인 도성회가 일부 휴게소를 장기독점 운영하고, 수익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해온 사실이 국토교통부의 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도공에 따르면 도성회가 운영해온 휴게소는 도공 관할의 휴게소 215개 중 6개입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4월 경부고속도로 기흥 휴게소를 방문, 휴게소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4월 경부고속도로 기흥 휴게소를 방문, 휴게소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지난 4월 배포한 보도설명자료에서 “도성회 등 일부 업체의 장기독점 운영과 다단계·과도한 수수료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중간운영업체를 거치지 않고 휴게소를 운영하도록 하는 등 종합적인 운영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민간업체에 휴게소 운영권을 통째로 넘기는 방식 대신 도공 등 공공기관이 휴게소별로 각각의 입점 품목과 업체를 직접 골라서 계약을 맺고 관리토록 하겠다는 내용으로 해석됩니다.

물론 이런 역할을 도공이 직접 하게 될지, 아니면 도공이 자회사를 설립해서 하게 될지, 또는 제3의 공공기관이 설립될지는 향후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만 될 것 같습니다.
시흥하늘휴게소의 전경. 사진 한국도로공사

시흥하늘휴게소의 전경. 사진 한국도로공사


이렇게 보면 휴게소 운영 방식은 민영으로 시작해서 공영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민영을 거쳐 또 공영으로 이어지는 도돌이표처럼 보이는데요.

강승모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교수는 “중간 위탁 운영사를 배제하고 도공 등 공공이 직접 운영함으로써 수수료 거품을 제거하고, 서비스 품질과 음식 가격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많은 사례에서 봤듯이 공공 영역이 민간보다 유연성과 창의성 등이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휴게소 공영이 적절한 대안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엔 도돌이표가 아니라 보다 효율적이면서 공공성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강갑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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