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자랑할 만한 K-컬처 소재로 한국의 대표적 전통 음악 유산인 판소리를 꼽고 싶다.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대표 목록으로 등록된 판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높은 예술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김소희 같은 명창의 유럽 공연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온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관객을 감동시켰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한국의 전통 음악이자 문학과 연극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인 판소리는 세계인의 가슴을 울릴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소리(노래), 아니리(말), 너름새/발림(몸짓)을 섞어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은 현대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또한, 일반 백성에게 널리 사랑받은 판소리는 관객들이 ‘얼쑤!’, ‘좋다!’, ‘잘한다!’ 등의 흥겨운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는 소리꾼이 청중에게 이야기를 전달만 하는 일방적인 음악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동안 판소리는 꾸준히 대중화, 현대화, 세계화 작업을 거듭해왔다. 판소리의 현대화 작업은 단순히 과거의 것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현대적 감각의 창작 판소리, 레게/재즈 등 다른 장르와 결합한 퓨전 국악, 연극적 요소를 강화한 창극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면서, 동시대 관객과 호흡하는 새로운 공연 예술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판소리는 단순한 전통 민속음악을 넘어, 현대적인 무대 예술로 폭을 넓히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화를 위해 한국의 전통적인 소리 기술은 유지하되, 보편적인 가치와 현대적인 리듬을 결합하여 외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자람, 이날치 등의 젊은 소리꾼들이 현대화된 판소리 작품으로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리꾼 이자람(1979년생)은 어린 시절부터 실력이 돋보여, 중요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춘향가, 적벽가)의 이수자로서, 1999년 최연소 춘향가 8시간 완창 기록을 기네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새로운 판소리 창작에도 앞장서 많은 작품을 발표했는데, 특히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원작으로 한 ‘사천가’,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자식들’을 각색한 ‘억척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등의 큰 작품을 극본, 작창하고, 연출과 주연을 맡아 성공적으로 완성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주요섭의 소설 ‘추물’, ‘살인’을 소재로 한 ‘판소리단편선1- 주요섭’을 작창하여 공연했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통령 각하, 즐거운 여행을’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이방인의 노래’를 공연했다.
이자람은 뮤지컬에도 적극 참여하여, 뮤지컬 ‘서편제’의 여주인공 ‘송화’역으로 열연, 이 작품으로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동시에, 이자람은 밴드의 보컬리스트 겸 기타리스트 활동도 성실하게 하고 있다.
한편, 이날치는 판소리를 현대의 팝으로 재해석한 댄스 뮤직 ‘범 내려온다’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날치는 두 명의 베이스, 드러머, 네 명의 판소리로 구성된 얼터너티브 팝 밴드로 2019년 결성되었다. 판소리 ‘수궁가’의 호랑이 부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작한 ‘범 내려온다’는 중독성 강한 음악으로 판소리가 지금 시대와 이처럼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중적인 반응뿐 아니라 음악적인 성취까지도 인정받으며 대세 중의 대세로 떠올랐다.
판소리 세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의 장벽이다. 그동안 여러 사람이 판소리 사설을 영어나 외국어로 번역해서 공연하는 시도를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의 젊은 소리꾼이나 해외에서 자란 동포 소리꾼에게는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