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정몽규 축구협회장, 사의 표명…북중미 월드컵 직후 물러난다

중앙일보

2026.05.28 21:58 2026.05.29 00:4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북중미 월드컵을 끝으로 지난 13년 간 이어온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북중미 월드컵을 끝으로 지난 13년 간 이어온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지난 13년간 한국 축구를 이끌어온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일정이 끝나는 대로 협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격 표명했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2주 앞두고 내놓은 ‘폭탄 선언’은 성난 축구 민심을 달래고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배수진이다.

정 회장은 29일 축구협회를 통해 성명서를 내고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축구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하겠다”며 사퇴 시점을 오는 7월 19일(현지 시간) 월드컵 폐막 직후로 공식화했다. 지난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세 차례 임기를 연장하며 이어 온 ‘정몽규 회장 체제’가 13년 만에 막을 내리는 셈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악화될 대로 악화된 여론이 자리 잡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2월 85.6%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4선 고지에 올랐다. 프로축구 K리그를 포함한 한국 축구 디비전시스템 구축,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추진 등 그간의 성과에 대해 축구인들의 지지를 받은 결과였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행정 난맥상에 소통 부재 등 여러 논란이 더해지며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K리그 승부조작 가담자를 포함해 중징계를 받은 축구인에 대해 기습적으로 사면 조치를 단행했다가 여론에 밀려 철회한 해프닝도 호된 비판으로 이어졌다.

정 회장 스스로도 이번 성명에서 “협회를 맡아 운영하는 동안 여러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안다. 이 모든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며 그간의 비판을 수용하고 고개를 숙였다.

코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본선이 중도 사퇴를 결심하는 과정에 가장 큰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려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협회 수장을 향한 불신과 불만의 목소리가 대표팀에 대한 응원 분위기마저 흔들었다. 축구협회를 향하는 싸늘한 시선이 선수들의 사기와 직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협회 안팎에서 고조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체육계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축구협회를 강하게 견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문체부는 앞서 축구협회를 상대로 특정감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정 회장을 포함한 수뇌부 여러 명에 대해 중징계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해당 상황이 소송 등 법적 다툼으로 번지면서 정 회장과 축구협회가 수세에 몰렸다. 이와 관련해 한국 축구 발전과 중장기적 비전 수립에 매진해야 할 협회 관계자들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갔고, 수장인 정 회장이 스스로 직을 내려놓는 것으로 결단을 내렸다.

당초 2029년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던 정 회장이 전격적으로 중도 사퇴를 결정하면서 향후 축구계 권력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 할 전망이다.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이 공석이 될 경우 2개월 이내에 후임자를 뽑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 정 회장이 예정대로 7월께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 늦어도 9월 중으로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가 열릴 전망이다. 현재 기준으로 최대 4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축구계의 정서가 어떻게 정리 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 축구 정책과 비전을 주도할 권력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

정 회장은 “월드컵 기간 동안 축구대표팀에게 아낌 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월드컵 이후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이 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한번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정몽규 회장이 축구협회를 통해 공개한 성명서 전문.

[성명서]

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규입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우리 국가대표팀은 그동안 열심히 월드컵 본선을 준비해왔으며, 저는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대회 기간 동안 대표팀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가 축구협회를 맡아 운영하는 동안 여러 가지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가 협회를 맡아서 일해오는 동안 격려와 지원을 해주신 축구인, 후원사, 언론인, 정부 관계자 그리고 팬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오랜 기간 축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축구협회 임직원과 연맹, 시도협회 관계자들에게도 고마운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한번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송지훈([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