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바 공화당 하원의원(왼쪽)과 브랜든 비치 미 연방 재무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이 새겨진 250달러 신권 시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 의원은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으로 250달러 신권 발행을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미국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새긴 250달러 신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법상 살아있는 인물의 초상을 화폐에 사용할 수 없지만 관련 법 개정까지 추진하며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2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조폐국(BEP) 전·현직 직원들은 “브랜든 비치 미 연방 재무관과 그의 수석 고문인 마이크 브라운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이 담긴 지폐 시안을 제작하도록 압박해왔다”고 말했다.
WP가 조폐국 직원의 증언과 기록을 검토한 결과 비치 재무관은 지난해 8월과 9월에 여러 버전의 지폐 모형 디자인을 보냈다. 이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이 지폐 중앙에 있고 양옆에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서명이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이 시안은 영국 화가 이안 알렉산더가 디자인했는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기 색깔을 추가하고,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로고를 넣는 등 원래 디자인을 일부 변경한 뒤 승인했다고 WP가 전했다.
미국 연방법인 ‘통화 및 보안문서 인쇄 규정’에 따르면 생존 인물의 초상은 화폐에 사용할 수 없다. 그러자 지난 2월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이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도널드 J 트럼프 250달러 지폐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생존 인물의 화폐 초상 사용이 금지돼 있으나, 전·현직 대통령에게는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현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간 250달러 지폐에 관한 워싱턴포스트(WP) 기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7월 예정된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와 맞춰 250달러 지폐를 발행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28일 기자회견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재무부는 사전에 준비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재무부 관계자도 AP통신에 “조폐국이 현재 발의된 법안에 대응해 적절한 계획 수립과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진 과정에서 이번 사안에 반대했던 패트리샤 솔리멘 조폐국 인쇄국장이 지난달 돌연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되는 일도 있었다. 솔리멘 국장은 비치 재무관 등에게 “지폐 발행에 법적·절차적 장애물이 있으며,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고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 재무부는 250달러 지폐 관련 법안 통과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장관의 서명이 들어간 100달러 지폐 인쇄를 추진하고 있다. 현행법상 현직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화폐 발행은 금지 사항이 아니어서 우선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현직 대통령의 초상이 미 화폐에 등장한 적은 있다. 1926년 미국 건국 150주년을 맞아 발행된 50센트 기념 주화에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캘빈 쿨리지와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새겨진 사례가 있다.
지난 3월엔 미 연방 미술위원회(CFA)가 앞면엔 트럼프 대통령, 뒷면엔 독수리를 새긴 24K 금화 디자인을 승인하기도 했다. WP, AP 등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 개인의 브랜드를 국가 상징물 전반으로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N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케네디 센터와 미국 평화연구소(USIP)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또 미국 영주권 취득 제도인 골드카드, 의약품 가격 할인 플랫폼, 저축 계좌 그리고 해군 군함에도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의 이름은 오는 7월 1일부터 ‘도널드 J 트럼프 국제공항’으로 변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