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점령 확대와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추진, 유엔 사무총장과의 관계 단절까지 선언하며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적 고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월 19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채널12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현지시간) 군에 가자지구 70%를 장악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가자지구 영토의 60%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내 지시는 70%까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속에서 청중이 “100%”를 외치자 “순서대로 가고 있다”며 “우선 70%다. 거기서 시작하자”고도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미국 중재로 체결된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휴전 합의의 기준선을 사실상 “위반하는 조치”(가디언)라는 지적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휴전 합의 이후 이스라엘군은 이른바 '옐로 라인(Yellow Line)'까지 철수해 가자지구 약 53%를 통제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인근 상부 갈릴리 지역에서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가 발사한 광섬유(FPV) 드론 공격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들. EPA=연합뉴스
가자지구의 인구 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대규모 이주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가 가자를 통치하지 못 하게 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가자지구에서의 자발적 이주 계획도 실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창고에 화재가 발생하자 민방위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같은 날 이스라엘은 유엔과도 정면 충돌했다. 유엔의 분쟁지역 성폭력 연례 보고서에 자국이 포함된 데 반발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사무실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대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성명을 통해 “관계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가자전쟁과 정착촌 문제를 둘러싸고 유엔과 갈등을 이어온 이스라엘이 사실상 사무총장과의 관계 단절이라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한 국제위기그룹(ICG)의 유엔 담당 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결정은 이미 균열이 생긴 유엔과 이스라엘 정부 관계에 또 다른 균열을 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8일(현지시간) 가자시티의 알샤피이 모스크 밖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하마스 무장대원 이마드 이슬레임과 그의 아내, 딸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처럼 이스라엘이 전방위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에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안보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북부 전선에서 친이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신형 드론이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면서다.
BBC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된 광섬유(Fiber-optic) 드론 전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광섬유 드론은 무선 신호 대신 광섬유 선으로 조종자와 연결돼 있어 전파 교란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 드론은 헤즈볼라의 주요 공격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휴전 이후 사망한 이스라엘 군인 다수가 이 공격에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아디 스톨러 대위도 BBC에 “이런 종류의 드론은 우리에게 도전”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정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인근 상부 갈릴리 지역에서 바라본 모습.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가 발사한 광섬유(FPV) 드론이 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사남 바킬 채텀하우스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지난 21일 가디언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은 새로운 국제적 압박의 물결 아래 있으며 파트너와 동맹들로부터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스 오펜하임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정책담당자는 17일 알자지라에 “유럽에서도 이스라엘은 과거 어느 때보다 고립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