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주 외교부 1차관(왼쪽)과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한·미 정상 간 안보 분야 합의에 대한 후속조치 협의가 다음 주 서울에서 열린다.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핵추진잠수함(원자력잠수함, 이하 핵잠)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는 29일 한·미 양국이 다음 달 2~3일 서울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안보 분야 후속조치 협의를 위한 발족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와 11월 조인트 팩트시트를 도출한 지 6개월 만이다. 한국 범정부 대표단은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기후에너지부, 과기정통부, 산업통상부,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 등으로 꾸려진다.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이 이끄는 미국 측 대표단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에너지부, 전쟁부 등 관계자로 구성된다.
미 국무부도 이날 후커 차관이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도출된 원자력 협력 구상(initiatives)을 진전시키기 위해 범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표단은 안보 및 경제 협력을 포함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양자 및 국제 현안을 두고 카운터파트와 논의할 것이란 게 미 국무부의 설명이다.
한·미 정상은 지난해 10월 회담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후 통상 갈등 및 쿠팡 사태 등으로 후속 조치 이행이 지연됐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박윤주 차관과 후커 차관이 워싱턴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만나 안보 합의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그룹을 만들기로 합의하면서 최근에서야 첫발을 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26일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핵잠 개발 계획을 선제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핵잠 로드맵을 공식화해 관련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읽혔다.
다만 외교가 안팎에선 발족 회의 개최에도 양국 간 협의가 속도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핵잠의 경우 연료 조달을 위해 미국과의 협상을 거쳐야 하는 데다가 농축우라늄 확보를 위한 별도 협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조야 전반에서 동맹 간 이상 신호가 감지됐던 만큼 양국 간 잠재돼 있던 파열음이 언제든 현안 논의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의 농축·핵잠 문제는 한·미동맹 내부에서 비확산 규범, 확장억제, 해양전략, 원자력 주권이 서로 밀고 당기는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서 전개되고 있다”며 “농축과 관련해 미국의 코를 걸어두는(on the hook)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짚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핵잠과 원자력 협정 개정 모두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이해시켜야 하는 선결문제가 있다”며 “핵잠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원자력 협정 개정이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한다는 부분을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측과 실무선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많이 준비했다”며 “정식으로 협상이 시작되면 최대한 빨리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평양 전경이 담긴 32초 분량의 영상을 공유했다. 해당 영상에는 평양의 건물과 버스,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사진 발라크리쉬난 장관 페이스북
한편 최근 방한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은 지난 28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은 이 시점에 미국이나 한국, 일본과 의미 있는 대화 채널을 열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방한에 앞서 지난 26~27일 북한을 방문해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최선희 외무상과 면담했다.
2018년 이후 8년 만에 방북한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북한은 한국과의 통일에 대해 명백하고 단정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며 “그들은 통일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조현 장관은 발라크리쉬난 장관을 통해 북한에 이재명 정부 대북 정책을 설명하고 대화 의지를 전달했지만, 북한이 당장 대화에 나설 기미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