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사전투표가 오늘까지 진행된다. 다음 달 3일 본 투표까지 끝나면 앞으로 4년간 지역 주민의 민생을 위해 일할 지방자치 일꾼들이 결정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가득 적힌 여러 후보의 면면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후보 공천과 선거 운동이 중앙정치에 함몰돼 정작 내 지역 정치인에 대한 정보는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소속 정당이나 정치 진영도 중요하지만, 주민 의사를 행정과 정치에 구현하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한 것이다. 더구나 이번 지방선거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단체장 출마 러시로 14개 지역구의 재·보궐 선거와 함께 치러져 미니 총선 분위기가 조성되는 바람에 정치 진영의 논리가 선거판을 뒤덮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는 7번의 투표를 한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역구 광역의원, 비례대표 광역의원, 지역구 기초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그리고 교육감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 많은 판단을 도울 TV 토론 등의 시스템은 이번 선거에서 특히 부실해졌다. 서울시의 경우 사전투표 시작 7시간 전인 28일 밤 11시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TV토론이 열렸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후보가 불리한 정치 공방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TV 토론을 최소화하는 것은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다. 대신 진영 편향의 유튜브에는 기회 날 때마다 출연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를 교훈삼아 시·도지사 선거 TV토론을 ‘1회 이상’으로만 정한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전투표 직전에 전·현직 대통령이 민생 현장을 찾은 것도 부적절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산과 울산, 김해 등의 시장에서 시민들을 만나 “노골적 선거 개입”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원래 시장에서 밥 먹는 걸 좋아하니 좀 이해하길 바란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서의 식사가 선거 후로 미루지 못할 만큼 긴급한 일인가. 자칫 선거의 공정성과 지방자치의 본질을 동시에 훼손할 수 있는 무책임한 처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와 부산을 방문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행보도 민주당으로부터 “퇴행정치”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와 국회 상임위에서 서소문 고가 사고 책임 규명이 강조되고 경찰이 평소 수사속도보다 훨씬 신속하게 서울시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선거 개입 의심을 살 수 있는 장면들이다. 지방선거에 내란세력 척결 구호가 등장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스타벅스 불매 인증샷 캠페인을 펼치는 것이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보수 결집’을 외치고, 스타벅스 사태와 관련해 “커피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나라”라고 정부를 비난하는 것도 진영으로 갈라치는 중앙정치 싸움을 그대로 지방선거로 옮겨 유권자를 현혹하는 것이다.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가 널뛰기하고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 시작돼 유권자들의 고민은 더 깊을 것이다. ‘내란 척결’과 ‘독재 저지’라는 거대 양당의 선거 프레임 속에서 유능한 지역 일꾼을 선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보들의 공약은 허점투성이다.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80% 이상이 인공지능(AI) 공약을 내고, 국가 예산을 끌어와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약속을 남발했다. 공약 대로면 전국이 실리콘 밸리가 될 판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교육감 선거는 넘쳐나는 교육교부금 재정으로 돈 풀기 공약을 내놓는 데 여념이 없다.
유권자의 냉철한 선택만이 답이다. 당장은 특정 후보나 정당의 승패로 마무리되겠지만, 신중하게 행사한 한 표는 가족과 지역의 발전, 국가의 미래를 위한 지역 일꾼을 키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찾는 표심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