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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맛부터 다르다, 울릉도서만 파는 이 맥주의 비밀 [장진영의 술술 푸는 이야기]

중앙일보

2026.05.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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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는 없는 것 세 가지가 있다.
도둑, 공해, 뱀. 울릉도에 많은 것 다섯 가지는 물, 돌, 바람, 미인, 향나무다.
그래서 울릉도는 흔히 ‘삼무오다'(三無五多)의 섬으로 불린다.
그리고 울릉도에만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섬 유일의 맥주 양조장, 울릉브루어리다.
정성훈 울릉브루어리 대표가 맥주 한 잔을 들고 양조장 앞마당에 섰다. 울릉도 출신의 그는 단순 맥주 양조를 넘어 울릉도를 경험하는 방식의 F&B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다.

정성훈 울릉브루어리 대표가 맥주 한 잔을 들고 양조장 앞마당에 섰다. 울릉도 출신의 그는 단순 맥주 양조를 넘어 울릉도를 경험하는 방식의 F&B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 강원도 묵호항으로 이동한 뒤, 다시 여객선을 타고 울릉도 남쪽 도동항에 내렸다.
이후 운전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주도로를 따라 섬의 북쪽 추산(楸山)까지 달렸다.
송곳처럼 뾰족한 암봉이 둘러선 풍경과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며 "정말 이 길이 맞나?" 고개를 갸웃거릴 때쯤, 울릉브루어리에 닿았다.
병풍처럼 감싼 해발 611m 추산(송곳산)에 놀라고, 이어 언덕 아래 펼쳐진 에메랄드 빛 바다가 두 눈에 가득 담겼다.
고단한 여정의 끝에 마주한 시원한 맥주 한 잔.
보상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왼쪽 아래 흰색 건물이 울릉브루어리다. 앞으로는 울릉도 북쪽 바다가 펼쳐져 있고, 왼쪽으로는 송곳산이라고 불리는 추산이 이어진다.

왼쪽 아래 흰색 건물이 울릉브루어리다. 앞으로는 울릉도 북쪽 바다가 펼쳐져 있고, 왼쪽으로는 송곳산이라고 불리는 추산이 이어진다.


울릉브루어리 내부 모습. 도동항 인근에도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울릉브루어리 내부 모습. 도동항 인근에도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왜 이곳에 맥주 양조장을 만들었을까? 그 비밀은 '미끌미끌한 물'에 있다.

" 좋은 물이 좋은 술을 만듭니다” "

정성훈(41) 울릉브루어리 대표는 좋은 물을 찾아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울릉도는 정 대표의 고향이자, 양조장이 들어선 곳은 할머니의 집터이기도 하다.
수원지 아래 300평(약 992㎡) 부지에 조성된 이 공간은 단순한 생산시설을 넘어 좋은 물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양조장이기도 하다.
드론으로 공중에서 바라본 울릉브루어리.

드론으로 공중에서 바라본 울릉브루어리.


지난해 맥주 생산량은 총 5만 리터였으나 여름 성수기 품절사태를 겪고나서 올해는 12만 리터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맥주 생산량은 총 5만 리터였으나 여름 성수기 품절사태를 겪고나서 올해는 12만 리터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정 대표가 맥주 당도 측정을 하고 있다.

정 대표가 맥주 당도 측정을 하고 있다.

" 나리분지 자체가 거대한 물탱크입니다” "

화산섬 울릉도는 빗물이 현무암층을 통과하며 자연 여과된 뒤 솟아나는 용출수가 풍부하다.
특히 브루어리가 위치한 북면 추산 지역은 수량이 많고 수질이 뛰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추산 용출수는 나리분지에 내린 눈과 빗물이 지하로 스며든 뒤 수십 년에 걸쳐 자연정화를 거쳐 다시 땅 위로 솟아나는 청정 1급수다.
이 물에는 다양한 무기물질이 녹아 있으며,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리분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리분지.

양조장 인근 수원지에서 용출수가 흐르는 모습. 외부에 노출된 용출수는 사용하지 않고 바다로 흘려보낸다.

양조장 인근 수원지에서 용출수가 흐르는 모습. 외부에 노출된 용출수는 사용하지 않고 바다로 흘려보낸다.

양조장 인근 수원지에서는 하루 약 2만 톤 규모의 용출수가 솟아난다.
이 물은 지역 주민들이 생활용수로 사용할 만큼 울릉도의 일상과 밀접하다.
마시면 청량감이 느껴지고, 샤워할 때는 비누가 잘 씻기지 않는 듯한 미끄러운 촉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런 물로 만든 술은 왜 더 특별할까?

“용출수가 효모를 더 활발하게 만듭니다.”
“효모는 맥주의 향과 풍미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데, 활성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수록 불쾌한 발효취를 줄이고 더 깨끗한 맛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정 대표가 설명했다.
나리분지가 품은 물이 울릉도의 지질과 수질을 고스란히 담아, 이곳 맥주의 핵심 원료가 되는 것이다.
정 대표가 양조 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정 대표가 양조 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맥주의 원료인 맥아 파쇄 과정. 맥아에 틈을 만들어 물이 스며들게 하는 작업이다.

맥주의 원료인 맥아 파쇄 과정. 맥아에 틈을 만들어 물이 스며들게 하는 작업이다.

울릉브루어리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울릉도에서 즐기는 대표적인 액티비티에서 이름을 지었다.
‘스위밍 라거’, ‘캠핑 바이젠’, ‘하이킹 페일에일’, ‘다이빙 스타우트’ 등.
이름부터 울릉도를 찾는 이들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울릉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 대표는 “울릉도를 경험하는 방식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고 말했다.
울릉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맥주들. 왼쪽부터 바이젠, 페일에일, 라거, 스타우트가 기본 라인업이다. 캔에 든 맥주는 최근 서울브루어리와 협업으로 생산했다.

울릉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맥주들. 왼쪽부터 바이젠, 페일에일, 라거, 스타우트가 기본 라인업이다. 캔에 든 맥주는 최근 서울브루어리와 협업으로 생산했다.


울릉브루어리 맥주는 울릉도에서만 판매한다.

“지역성과 희소성에 기반을 둔 전략입니다.”
“큰 회사와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라는 경험적 가치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라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현재 울릉도 내 식당, 숙박시설, 특산물 판매점 등 약 80여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는 품절 사태까지 빚었다.
향후에는 삿포로 클래식처럼 지역 한정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울릉브루어리의 맥주는 어떻게 마셔야 가장 맛있을까?

" 라거는 꽁치물회와, 바이젠은 산채정식과, 페일에일은 독도새우와, 스타우트는 초콜릿과 함께 즐겨보세요. "

정 대표와 인근에서 펜션업을 하는 지인들이 노을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다.

정 대표와 인근에서 펜션업을 하는 지인들이 노을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다.

정 대표는 울릉도를 대표하는 음식과의 조합을 추천했다.
이어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장소로는 나리분지 인근을 꼽았다.
“울릉군 숲길안내센터에서 출발해 알봉분지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를 걷고 나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의 청량감을 꼭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나리분지 인근의 트레킹 코스. 알봉분지까지 깊고 시원한 그늘이 이어진다.

나리분지 인근의 트레킹 코스. 알봉분지까지 깊고 시원한 그늘이 이어진다.


술은 우리들의 이야기 속에서 함께 익어갑니다. [장진영의 술술 푸는 이야기]는 우리 땅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술을 향한 여정입니다. 계절, 장소, 사람과 함께 익어가는 이 땅의 양조장들을 소개합니다.




장진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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