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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유탄 맞은 직장인 지갑…선진국, 임금보다 물가 더 뛰었다

중앙일보

2026.05.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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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남서부 교외 뉴몰든의 한 슈퍼마켓에 생필품으로 가득 찬 쇼핑 카트가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남서부 교외 뉴몰든의 한 슈퍼마켓에 생필품으로 가득 찬 쇼핑 카트가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전쟁 여파가 직장인들의 월급 통장을 압박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서구 선진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충격으로 실질임금 회복 흐름이 꺾였다”며 “점점 더 많은 선진국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영국 등 각국의 노동자들이 호르무즈해협 폐쇄로 촉발된 유가 상승과 항공료 급등 문제에 직면하며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8%를 기록했지만 4월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3.6%에 그쳐 2년 만에 실질임금이 감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임금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미국인은 ‘쳇바퀴 인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매일 열심히 일해도 몇 달, 몇 년 전과 사실상 다를 바 없는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지난 3월 31일 미국 플로리다주 타이터스빌에 위치한 주요소의 모습. 이란 전쟁으로 인해 급등한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31일 미국 플로리다주 타이터스빌에 위치한 주요소의 모습. 이란 전쟁으로 인해 급등한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1∼3월 보너스를 제외한 영국의 실질임금은 평균 0.1% 오르는 데 그쳤다. FT는 “고용 시장이 위축된 만큼 향후 물가가 더 오르면 실질임금은 본격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컨설팅업체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드 비스테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T에 “올해 유로존 전체의 실질임금 증가율은 사실상 0%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재정으로 소비자 지원이 어려운 프랑스 등 국가는 실질임금 증가율이 이미 크게 마이너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유류세 인하 등 조치를 통해 물가 상승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는 독일 등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지난 5월 25일 오만에서 바라 본 호르무즈해협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25일 오만에서 바라 본 호르무즈해협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상황이 단기간에 호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다이안 스웡크 KPMG U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T에 “전쟁이 공급망을 흔들고 있으며 설령 내일 당장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린다 해도 물가는 이전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8일 개전 이후 누적된 충격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질임금 감소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인다는 점에서 경기 둔화 충격을 키울 수 있다. 소비 수요가 위축되면 기업들 역시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의 신용카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개전 시점을 전후한 두 달 동안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 숙박·의류·극장·식료품 관련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민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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