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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커피 마시면 일 잘 풀린다? 입소문 난리난 ‘개운 명당’ 어디

중앙일보

2026.05.29 17:00 2026.05.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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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운 명당’으로 입소문 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 호텔. 곽주영 기자

최근 ‘개운 명당’으로 입소문 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 호텔. 곽주영 기자

지난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호텔 카페 라운지. 평일 늦은 시간이었지만 내부는 사람들로 붐볐다. 방문객들의 시선이 쏠린 곳은 커피를 파는 곳도 음식이나 상품을 파는 곳도 아닌, 카페 곳곳에 놓인 거대한 돌과 거북이 조각상이었다. 몇몇은 구경하는 것을 넘어 직접 다가가 두 손으로 돌을 쓸어 내리거나 한참 동안 문지르기도 했다. 호텔 카페 관계자는 “최근 카페가 ‘개운 명당’으로 소셜미디어(SNS)에서 입소문이 난 후 방문객이 늘었고 저렇게 돌을 만지는 손님들도 생겼다”며 “가끔 직원들에게 “어떤 돌이 운 들어오는 돌이냐”고 문의하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개운 명당’으로 입소문 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 호텔. 곽주영 기자

최근 ‘개운 명당’으로 입소문 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 호텔. 곽주영 기자


‘운’을 가져다 주기로 소문난 명소를 찾거나 사주 오행을 따져 가며 자신만의 ‘운을 불러주는 루틴’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역학·무속 등에 의존하거나 기운이 좋다는 명당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란 인식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이런 문화를 마치 취미생활처럼 즐기는 젊은층도 많아졌다.

SNS에서 유명세를 탄 한남동 호텔의 경우 젊은층 사이에서 ‘일복 터지는 명당’이나 ‘재물복이 강한 화(火) 기운을 가진 곳’이라고 알려지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호텔 내부 곳곳에 놓인 돌 조각을 만지면 복이 들어온다는 후기들도 공유되고 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박모(28)씨는 “친구들이 이 호텔 카페를 ‘일 들어오는 명당’이라고 추천해 가족과 함께 다녀 왔다”며 “미신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좋은 기운을 받았다는 느낌 덕분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개운 명당’에 다녀온 후 좋은 기운을 받았다는 후기가 다수 올라오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개운 명당’에 다녀온 후 좋은 기운을 받았다는 후기가 다수 올라오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이 호텔을 두 번 방문했다는 하지선(32)씨는 “호텔 카페라 커피 한잔 가격이 1만 8000원 정도다. 일반적인 카페보다 5~6배 비싸지만, ‘풍수명당’에 방문하면서 긍정적인 믿음과 동기 부여를 얻었기에 투자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업을 하는데, 실제로 방문한 뒤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제 1회 ‘운세 박람회’에 시민들이 몰려 들었다. 곽주영 기자

지난 29일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제 1회 ‘운세 박람회’에 시민들이 몰려 들었다. 곽주영 기자


지난 29일,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선 국내 최초로 ‘운세 박람회’가 열렸다. 오전부터 박람회장에 들어가려는 20·30대로 현장이 북적였고, 한때 대기 행렬도 생겼다. 박람회 관계자는 “최근 관악산이 개운 명소로 인기를 얻고, 사주·신점 관련 예능이 흥하는 것을 보고 MZ 세대를 대상으로 박람회를 기획하면 좋을 것 같아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박람회장에선 1만원을 지불하면 여러 사주·타로 상담가들이 10분가량 상담을 진행하는 체험 부스가 다수 설치됐고,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액막이 상품’이나 운을 가져다준다는 ‘행운 아이템’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도 길게 들어서 있었다. 개운 명당으로 관악산을 추천해 등산 돌풍 일으킨 박성준 풍수연구소장의 박람회 강연은 전석 매진됐다.

‘운세 박람회’에서 판매하고 있는 행운 아이템. 곽주영 기자

‘운세 박람회’에서 판매하고 있는 행운 아이템. 곽주영 기자


박람회를 찾은 장서영(29)씨는 “매년 사주를 볼 정도로 운세에 관심이 많다”며 “최근에 진로 고민이 있어 사주 상담을 받으려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조희정(30대)씨는 “평소에 ‘운’에 관해 관심이 많았는데 박람회가 열린다고 해 꼭 와보고 싶었다”며 “생각보다 가격대가 있긴 하지만, 마음에 드는 운세 관련 상품은 구매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람회에서 상품을 파는 한 직원은 “재물운이 들어오게 도와주는 제품들이 제일 인기가 많다”고 소개했다.

지난 29일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제 1회 ‘운세 박람회’에 시민들이 몰려 들었다. 곽주영 기자

지난 29일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제 1회 ‘운세 박람회’에 시민들이 몰려 들었다. 곽주영 기자


이런 트렌드에 따라 젊은층 사이에선 ‘럭키맥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행운(Lucky)과 극대화(Maxxing)의 합성어로, 운을 최대한 끌어모으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활동을 실천하는 행동방식을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급등으로 ‘주식 로또’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공유되거나, 반도체 회사 직원들의 성과급 뉴스로 떠들썩한 것 등이 이 같은 운세 열풍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젊은층 사이에서 ‘운칠기삼’의 경험이 누적되며 나타난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옛말”이라며 “자산 형성 과정을 들여다보면 부동산이나 주식, 부모의 재력 등 노력보다는 운과 관련된 요소로 성공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 ‘운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신세한탄을 하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다잡고자 하는 과정에서 행운을 직접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곽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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