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지난 24일 대구FC 홈구장인 대구IM뱅크파크 앞에서 각자의 유세를 마치고 유세차에서 내려와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24일 K리그2 대구FC의 홈경기가 열리는 대구IM뱅크파크 앞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동시에 나타났다. 두 후보는 100m 간격을 두고 열띤 유세를 펼친 뒤 유세차에 내려와서는 서로 포옹하며 격려했다. 두 후보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대구시민들은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가 역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양 캠프 모두 불필요한 정쟁이나 비방 대신 공약 경쟁과 검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구시장 선거만의 ‘페어플레이’가 주목받고 있다. 다른 지역 선거와 달리 대구에만 있거나, 거꾸로 대구에만 없는 지난 두 달여 간 대구시장 선거의 특징을 정리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지난 28일 대구 군위군 대구경북신공항 부지를 찾아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각 후보와 함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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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유(有)
김 후보와 추 후보는 ▶인공지능(AI)·로봇·반도체·모빌리티 등 대구 산업 대전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유치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 사업 국가 책임 강화 등
메가 공통 공약을 제시했다. ‘대전환’(김) ‘대개조’(추), ‘대기업유치단’(김) ‘투자유치단’(추), ‘국가 지원 강화’(김) ‘국가 사업 전환’(추) 등 방향은 같지만 수위와 표현만 다르다. 지난 28일에도 두 후보는 약속이나 한 듯 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함께 군위군 신공항 부지를 둘러봤다. 다만, 신공항에 관해선 추 후보는 신공항 사업의 100% 국가 사업 전환을 주장하는 반면 김 후보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되 국가의 지원을 최대한 끌어오겠다는 입장이다. 추 후보가 공약한 테슬라 제2아시아 공장 유치에 대해서도 김 후보 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공세를 펴는 중이다.
각각 4선(김)·3선(추)의 노련한 정치인인 만큼
스킨십 대결도 치열하다. 김 후보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유세법인 ‘벽치기 유세’를 지난 25일부터 재개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골목이나 아파트단지 인근에서 건물 안 유권자들이 듣도록 독백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떠나는 유세법이다. 추 후보도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쓰면서 유권자들과 접촉면을 넓히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출근길·퇴근길 인사를 포함해 하루에 많게는 10여개의 일정을 소화하고, 만나는 시민마다 사진을 찍고 이름을 외우거나 보좌진이 한 대화 내용을 이동하며 틈틈이 다시 보곤 한다. 두 후보가 선거기간 각각 다른 노래교실을 찾아 ‘누이’(김) ‘천년지기’(추)를 열창한 영상은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진영 간 총력전도 다른 지역보다 뜨겁다. 김 후보는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조차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인기와 자신의 인물론을 내세워 2016년 총선(대구 수성갑) 승리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역시 선거 초반 김 후보를 위해 ‘무엇이든 다해드림 센터장’이 되겠다며 총력 지원을 약속했고, 지난달 26일 선거사무소 개소식 이후에는 보수 역결집을 우려해 대구에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추 후보는 ‘보수의 아성’만큼은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지난 23일 추 후보와 함께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에도 추 후보와 서문시장과 수성못 유세에 동행하며 ‘보수 결집’을 호소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은 2017년 탄핵 이후 처음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24일 대구 대표 사찰인 동화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마주쳐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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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무(無)
두 후보는 상호 정책과 능력 검증 외에 불필요한 인신공격이나 과거 이력에 관한 비방은 하지 않는
‘네거티브 제로’(negative zero) 선거 기조를 막판까지 유지하고 있다. 지난 26일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2차 TV토론도 마찬가지였다. 예외가 있다면, 추 후보가 김 후보에게 ▶이재명 대통령 ‘조작기소’ 특검법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는 성공의 비용” 글에 대한 입장을 묻고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냐”고 물은 정도가 전부였다.
과거 김 후보가 치른 선거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던 ‘이선실 간첩단’ 사건이나 민주당 지도부가 강조하는 ‘내란 청산’ 프레임도 대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선실 간첩단 사건은 1992년 김 후보가 민주당 부대변인 시절 연루돼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가 확정된 사건으로, 김 후보의 자서전(『나는 민주당이다』)에도 등장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추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슈화를 시도했으나 추 후보는 선거 중 이 사건 얘기를 한 차례도 꺼내지 않았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대구 수성구 TBC(대구방송)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후보는 선거 중 공식석상에서
‘내란’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대신 선거 전부터 인터뷰 등에서 언급한 ‘헌정질서 중단’이라는 비교적 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추 후보가 선거 도중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재판의 4차 공판에 출석한 지난 13일에도 김 후보 측에서는 추 후보의 내란 혐의나 사법리스크에 관해서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후보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저 김부겸을 시장으로 만들면, 세 가지 이득이 한꺼번에 얻어진다”며 ▶국민의힘 쇄신 ▶대구 경제 회생과 함께 “민주당 독주를 견제할 강력한 내부 목소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네거티브 실종 선거는 29일 현재 양 캠프 사이
직접 고발 0건이라는 ‘클린 선거’로 이어지고 있다. 김부겸 캠프 관계자는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다른 지역과 비슷한 전략으로 선거 운동을 하다간 낭패”라며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행은 최대한 자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캠프 관계자는 “대구 시민들은 비방이나 저급한 공격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랬다간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며 “추 후보도 경선 때부터 네거티브는 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