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랩은 ‘인공지능(AI) 랠리’를 이을 다음 주자로 우주 산업을 주목한다. 특히 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스페이스X의 상장이 이런 흐름을 가속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스페이스X의 목표 기업 가치는 1조7500억 달러(약 2625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전망이다. 이에 머니랩은 국내 최고의 우주 산업 전문가들과 함께 ‘스페이스X 밸류체인’을 소개한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콘9 로켓에 실려 나사의 화물 우주선이 발사되고 있다. UPI=연합뉴스
“스페이스X 망해도 여긴 뜬다” 엔비디아도 3조 꽂은 소부장
15세기 대항해 시대, 유럽의 탐험가들은 미지의 항로 너머에 있을 거대한 부를 꿈꾸며 잇따라 배를 띄웠다.
그 사이 노련한 기술자들은 항구에 남아 바쁘게 움직였다. 긴 항해를 위해 필요한 ‘찢어지지 않는 돛’과 ‘썩지 않는 밧줄’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탐험가들의 항해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이 기술자들은 안정적으로 큰돈을 벌었다.
민간 우주 산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우주 대항해 시대’도 이와 비슷하다.
김학주 한동대 AI융합학부 교수는
“스페이스X·로켓랩(탐험가) 등이 경쟁적으로 로켓·인공위성(배)을 띄울 때, 소재·부품·장비(돛·밧줄)를 공급하는 기술 기업이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주 한동대 AI융합학부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머니랩은 지난 14일과 18일 기술주 투자의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김 교수를 심층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오늘 소개할 7개 기업 주식 전부(각각 1000만~3000만원 상당)를 개인 투자 포트폴리오(60개 주식, 10억원 상당)에 담고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다른 개인투자자에게도 자신 있게 권한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가 꼽은 7개 기업 가운데 2개는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각각 20억 달러(3조원)씩 투자를 받았다.
다만 김 교수는 이 종목만큼은 추천에서 제외했다. ‘우주판 다이소’로 불리며 서학개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업이다. 김 교수는 이 기업보다 더 기술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다른 기업을 추천했다.
오늘 머니랩에선 김 교수가 추천하는,
개인투자자가 장기 투자할 만한 우주 ‘소부장’ 기업 7곳을 소개한다.
「
🚀7위 스미토모전기공업
」
박경민 기자
김 교수가 지목한 우주 소부장 기업 7개 중 7위는 스미토모전기공업(5802, 도쿄 거래소)이다.
김 교수는 “
질화갈륨 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며 “질화갈륨 소재는 우주에서 반도체가 방사선 등에 의해 오작동을 하지 않도록 ‘방패’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
🚀6위 ATI
」
박경민 기자
우주 소부장 추천 리스트 6위로는
ATI(ATI, 뉴욕 거래소)가 꼽혔다.
ATI는
로켓이 발사될 때 폭발하지 않도록 견디는 특수합금 소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주목된다.
" 로켓의 연료 탱크에는 섭씨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가 들어 있는데, 하부의 연소실에서는 1000도가 넘는 가스가 뿜어져 나온다. 그 중간에 있는 금속은 어떻게 될까. 한쪽은 얼어붙으려 하고, 한쪽은 녹으려 한다. 그러다 균형이 무너지면 결국 폭발한다. 이를 견디는 게 ATI의 특수합금 소재다. "
" 카펜터 테크놀로지(CRS, 뉴욕 거래소)도 로켓 특수소재 기업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투자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수주는 쌓이고 있는데 매출 증가 속도는 느리기 때문이다.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신호다. 경영 판단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오는 7월에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예정돼 있는데, 이때 변화하는 부분이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
「
🚀5위 L3 해리스 테크놀러지스
」
박경민 기자
우주 소부장 추천 리스트 5위 자리는 L3 해리스 테크놀러지스(LHX, 뉴욕 거래소)가 차지했다.
L3 해리스는 로켓과 인공위성을 막론하고 부품 전반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김 교수는 “우주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며 “스페이스X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인공위성 간 광 통신을 할 때 멀리서 온 빛은 약해질 수 있다. 이를 증폭시키는 게 L3 해리스의 주요 기술이다. 또한 증폭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적외선 형태로 방출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우주 다이소로 불리는 레드와이어(RDW, 뉴욕 거래소)도 비슷하게 다양한 부품들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레드와이어도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다. 그러나 장기 투자자라면 L3 해리스에 우선해 투자하길 권한다. L3 해리스는 핵심 부품을, 레드와이어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소모품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회사 성장 전략의 핵심은 발사 빈도·재사용성·성능을 높이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재사용 발사체의 성공적 개발·운용은 물론 강철·연료·추진체 같은 원자재와 부품에 대한 접근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
스페이스X가 지난 2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명시한 내용이다.
이 서류에서 스페이스X는 전체 시장 규모(TAM)를 28조5000억 달러, 한국 돈으로 무려 4경2750조원으로 제시하는 ‘패기’를 보였다. 이렇게도 자신감이 넘치는 스페이스X가 ‘위험 요인(Risk)’ 중 하나로 강철 같은 소재를 거론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권지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우주항공 산업이 구조적 성장 사이클에 진입한 가운데 초내열합금의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자 쪽으로 넘어가는 ‘수퍼 사이클’이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 감각이 남다른 독자라면 벌써 ‘병목’이라는 단어에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병목은 곧 돈으로 직결된다. 그동안 병목을 한발 앞서 읽어낸 투자자는 큰 수익을 거뒀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부족해지자 엔비디아가, 뒤이어 메모리가 병목으로 떠오르자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치솟으며 ‘텐배거’(10배 상승)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우주 시대도 예외는 아니다. 로켓을 더 자주, 더 멀리 쏘아 올리려는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공급이 가로막히는 병목 지점이 반드시 생겨나기 마련이다. 더구나 이번엔 스페이스X가 직접 ‘힌트’까지 줬다.
머니랩은 스페이스X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떠오를 국내 특수합금 수혜주 삼총사를 소개하고, 이들의 투자 매력과 위험 요인을 분석한다.
여기에 2021년부터 우주항공 섹터 보고서를 발간, 증권가에서 우주산업 전문가로 통하는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의 ‘원픽’도 담았으니 놓치지 말자.
스페이스X가 개발한 발사체 팰컨9과 스타십의 로켓 엔진은 ‘니켈기 초내열합금’으로 제작된다. 초내열합금은 주성분에 따라 니켈기, 니켈-철기, 코발트기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쓰임새가 가장 넓고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니켈기다. 니켈에 크롬, 코발트, 텅스텐, 몰리브데넘, 티타늄 등을 정밀하게 배합하면 높은 온도를 견디는 강도와 부식에 강한 성질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특히 로켓 엔진 내부 온도는 3300도까지 치솟는데, 스타십과 같은 재사용 우주선은 우주에서 엔진을 재점화해서 지구로 다시 복귀해야 하는 만큼 영하 270도의 극저온도 견뎌낼 수 있는 특수합금 소재가 로켓 제작에 필수다.
김영옥 기자
우주용 특수합금 시장은 아직 규모는 작지만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스페이스X가 상장 이후 발사 횟수를 늘리고 위성을 대거 쏘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주용 니켈계 초내열합금 시장은 해마다 15.7%씩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항공우주용 특수합금은 1톤당 3000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만큼 관련 업종이 누릴 수혜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니켈 특수합금 시장의 혜택을 받는 국내 기업은 어디일까.
우선 스피어(347700·코스닥). 우주항공용 특수합금의 글로벌 공급망을 관리하는 기업이다. 스페이스X의 소재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기술 자문으로 참여했다. 여러 지역의 협력업체를 직접 발굴하고 육성한 뒤 협력업체들이 제작한 완제품을 한데 취합해 스페이스X에 일괄 납품한다.
스피어는 2023년 스페이스X의 1차 협력사 자격을 획득했고,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스페이스X와 10년에 걸친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발사체용 소재를 스페이스X에 직접 납품하는 국내 상장사는 스피어가 유일하다. 수요예측 추정치로 계산한 계약 규모는 약 1조5440억원이다. 스피어 주가(22일 종가 기준)는 4만2800원으로, 최근 1년 사이 328% 올랐다.
스피어는 지난해말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지분 10%를 사들여 연 7200톤 규모의 니켈 원재료까지 직접 확보하는 등 핵심 원료 조달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홍예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우주 등급 인증과 비행 데이터 축적에만 수년이 소요되고 벤더사 육성에 5년 이상이 걸리는 산업 특성상 스피어가 보유한 16개 글로벌 벤더 네트워크와 비행 데이터 이력은 신규 진입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제적 해자(진입 장벽)’”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