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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의 일본 읽기] ‘만주가게’는 표가 아니다?

중앙일보

2026.05.31 08:02 2026.05.3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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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논설위원

박소영 논설위원

지난해 11월 치러진 일본 이바라키현 가미스시 시장선거가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다. 최근 현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에 적힌 ‘만주가게(まんじゅう屋)’와 ‘당고 아저씨’라는 표기를 무효로 판단하면서다. 해당 후보는 120년 전통 화과자 집안의 아들이었다. 앞서 시 선관위는 “유권자 의사가 명확하다”며 유효표로 인정했지만, 상급 기관이 “정식 이름이 아니다”라며 판단을 뒤집어 1표 차로 당락이 바뀌었다. 결국 시장직을 잃게 된 당선자는 지난주 도쿄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 일본 선거에서 애칭이나 직업이 적힌 표가 인정된 사례는 드물지 않다. 수염이 인상적이던 후보를 가리킨 ‘히게(수염)’, 지역 양조장 주인을 뜻한 ‘본점’도 유효표가 됐다. 유도 스타 다니 료코가 2010년 참의원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애칭인 ‘야와라짱’도 유효표로 인정됐다. 일본 공직선거법 역시 유권자 의사가 명백하면 유효표로 본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일본 특유의 자서식(自書式) 투표가 있다. 한국처럼 기표란에 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후보 이름을 직접 손으로 적는 방식이다. 그래서 후보들은 이름 한 글자라도 더 알리려 애쓴다. 어려운 한자 대신 아예 히라가나로 후보 등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일본 민주주의가 점점 ‘의사 표현’보다 ‘정답 맞히기’에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유권자는 누구를 찍었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제도는 표기의 정확성을 더 중시한다. 성(姓)이 같은 후보가 출마하면 표를 소수점 단위로 나누는 기괴한 안분표(按分票) 제도까지 유지된다.

‘만주가게’라고 적은 사람은 아마 가장 일본적인 방식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했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 뜻을 제도가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본 민주주의는 지금, 유권자의 의사와 제도의 형식 가운데 무엇을 더 우선해야 하는지 조용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박소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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