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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이 시게토의 마켓 나우] 일본 경제, 대기업만 봄인가

중앙일보

2026.05.31 08:04 2026.05.3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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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이 시케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나가이 시케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일본에서 임금이 오르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과 임금 정체를 생각하면 반가운 변화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바라온 것도 이런 경제다. 임금 상승이 소비와 투자, 물가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말이다.

관건은 중소기업이다. 자본금 1억 엔 미만의 중소기업은 일본 전체 고용의 67%, 임금 총액의 54%, 부가가치의 48%를 책임진다. 일본 경제의 허리인 이들이 뒤처진다면 임금 상승의 온기도 오래가지 못한다.

문제는 중소기업 내부의 격차다. 2025년 춘투(춘계 임금협상)에서 전체 평균 임금 인상률은 5.25%였지만, 중소기업은 4.65%에 그쳤다. 일본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임금을 5% 이상 올린 중소기업은 30%였던 반면, 아예 인상하지 못한 곳도 20%에 달했다. 같은 중소기업이라도 처지는 크게 갈린다. 특히 생산성이 낮은 기업일수록 임금 인상 여력은 더 취약하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올해도 전체 평균은 지난해보다 다소 낮은 5% 안팎, 중소기업은 4.5% 수준의 인상이 예상된다. 그러나 전망은 녹록지 않다. 중동 분쟁에 따른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이 중소기업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달리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기업들에 교역 조건 악화는 곧 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물건을 만들어도 남는 것이 줄어드는 구조다.

더 깊은 문제는 생산성 구조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생산성이 낮은 경우가 많지만, 고용 비중은 오히려 높다. 2021년 기준 종업원 10인 이하 사업체는 전체 고용의 22%, 20인 이하 사업체는 37%를 차지했다. 생산성이 낮은 일터에 더 많은 노동력이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론상 해법은 분명하다. 노동력이 생산성이 높은 기업과 산업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산업 간·지역 간 이동은 재교육과 이주 비용을 동반한다. 디지털 전환(DX)도 만능은 아니다. IT 전문 인력 부족이 심각한 데다, M&A 역시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연구는 중소기업 간 합병이 대기업과 달리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노동 이동, 디지털 전환, 기업 재편 모두 필요하지만,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런 현실은 일본은행의 손발을 묶는다. 통화정책 정상화, 즉 장기간 유지해온 초저금리를 단계적으로 되돌리는 과정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임금 인상 여력이 약한 기업들이 흔들릴 경우, 일본은행 역시 금리 인상 속도를 쉽게 높이기 어렵다.

대기업 임금은 오르지만, 일본 경제의 봄은 아직 모두에게 오지 않았다. 중소기업 골목의 온도는 여전히 낮다.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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